[필동정담] 지방소멸시대 기초의회
외출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니 의원님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시·군·구 기초의회마다 잇따라 '국외 연수' 명목으로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에 외유가 막히다시피 했으니 엉덩이가 들썩거릴 법도 하다. 대놓고 관광코스 위주로 일정을 짜는 모습은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염치도 없다.
기초의회가 국외 연수로 가는 지역이라고 해봐야 빤하다. 서유럽과 동남아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일부 의회는 연수 경험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 예전에 갔던 도시를 두 번째, 세 번째 방문하기도 한다. 그나마 올해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활동'이라는 그럴싸한 핑곗거리도 있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에 투표권이 있는 인사를 한 명이라도 만나볼까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지방자치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 소도시 의원들이 단체로 제주도에 연수를 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기초의회의 외유성 연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도 좀체 바뀌지 않는다. 유권자들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기초의회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체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초의회의 비용과 효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에 이르렀다. 인구가 줄어 '지방 소멸'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무려 절반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가 3만명을 밑돌아 서울의 한 개 동(洞)보다 적은 군(郡)이 20여 곳에 달한다. 인구가 계속 줄어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한 곳보다 적은 지역에 의회청사와 의원, 상주 직원을 유지하는 게 지속 가능할까. 앞으로 의료체계 개선 등 지방의 고령화 대책에 필요한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니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 기초의회 개혁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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