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 발의…노동계 ‘철회’ 촉구

세종=손덕호 기자 입력 2023. 3. 27. 17:11 수정 2023. 3.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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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싱가포르는 월 70만~100만원” 법안 발의
오세훈 “세계 최악 저출생 국가에서 포기 안 돼”
한국노총 “가서서비스, 중고령 여성 중요한 일자리”
정부 “외국 인력이 고임금 일자리로 이탈할 수도” 우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월급 1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일부 정치권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외국인이더라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겨우 100만원의 가치냐”라고 항의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1일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한정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을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맞벌이 가정이 가사근로자를 찾기 어려워 일·가정 양립이 위협받고 있다”며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월 70만~100만원의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한국도)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면 월 100만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월 201만원이기 때문에, 절반 수준의 임금만으로 각 가정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조 의원은 “가사도우미 비용은 적어도 월 250만원부터 시작되고, 등·하원 도우미만 월 150만원이라고 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적은 비용으로 청년 부부들을 도와 비용이나 경력단절 두려움으로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법안 발의를 반겼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국회 입법 움직임이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일부가 ‘외국인 임금 차등 지급은 차별’이라거나, 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이미 도입한 나라에서 효과가 미미했다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지만, 세계 최악 저출생 국가인 우리나라는 그냥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조 의원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한국에서 가사 서비스는 중고령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라며 “근로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구직자가 이 분야로 진입하게 돕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저임금에 혹독한 환경을 피하다 왕왕 불법체류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서 활동하는 이명희씨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겨우 100만원의 가치냐”면서 “놀이터에서 모르는 분들로부터 ‘친이모냐, 친할머니냐, 아이를 정말 잘 돌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라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스1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공인을 받은 서비스 인증기관이 한국어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인력 공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8월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가사 분야 외국인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현재도 방문취업 동포(H-2 비자)는 가사도우미 취업이 가능하다”며 “일반 고용허가인력(E-9 비자)은 의사소통이 중요한 특성을 고려해 가사 서비스 분야 취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불법체류자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는 “가사 서비스 일자리는 대표적인 중년층·고령층 여성 일자리”라며 “외국 인력 도입 확대시 내국인 일자리 잠식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저임금 외국인력이 도입되면 내국인의 근로 조건이 저하된다”며 “외국 인력이 고임금 일자리로 이탈하는 사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제도적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가사도우미를 그만두고 불법체류자가 돼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에 취업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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