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도시 땅을 푸르게 푸르게!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

한겨레 2023. 3.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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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만드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도시에 녹색 공간을 만드는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
· 이우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 인터뷰

우리나라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민 삶의 질’ 지표에는 ‘녹지환경만족도’가 있다. 우리 주변에 녹색 공간이 얼마나 있느냐가 곧 행복의 기준인 것이다.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싱그러움을 풍기는 이곳은 도시숲이다. 나의 행복, 지구의 행복을 만드는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숲속을 걸어보자.

■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이우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사진 바림

“녹색 공간에 머무르면서 숲의 가치를 느껴보세요”

이우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

서울그린트러스트

공공의 녹색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서울시 생활권 녹지를 확대 및 보존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비영리 재단법인. 국내 최초로 시민참여형 공원조성 사례를 만들었으며,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숲의 위탁 운영을 맡았다. 도시 곳곳에 숲을 조성하고 시민, 기업과 함께 도시숲과 도시공원 가꾸기를 진행 중이다.

회색빛 도시에 푸른색 숨결을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누구든 정확히 알지는 못했던 ‘도시숲’! 어떤 공간인가요?

말 그대로 도시에서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생활권 녹지를 뜻합니다. 숲, 공원, 정원, 텃밭 등이 포함되지요. 혹시 원래 서울숲은 경마장, 북서울숲의꿈은 놀이동산, 노을공원은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숲들은 모두 녹지가 필요한 도심 속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숲을 개발하고, 조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숲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공유지에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정부 또는 지역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고요. 저는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로서 시민들과 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도시숲이 탄생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요.

도시숲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자치단체, 지역사회, 기업, 숲 전문가, 시민 등이 있어요. 따라서 도시숲조성코디네이터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그들과 항상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녹지가 만들어지는 공간의 환경 특성을 파악해야 해요. 지역사회의 수요를 조사하는 것인데요, 주민들의 의견을 다방면으로 모읍니다.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주민 워크숍을 열어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어떤 녹색 공간을 만들면 좋을지 등의 의견을 경청하죠. 주민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보느냐에 따라 사업에 대한 지지가 달라지고, 다수의 바람이 녹아든 도시숲을 만들 수 있어요. 또, 지역 조사 단계에서는 지자체, 예를 들어 구청의 녹지과 담당자와도 얘기를 나누면서 이 공간에 조성되어야 할 도시숲은 어떤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지 등을 구체화합니다. 이것들이 잘 정해지고 나면 다음 단계는 디자인이에요. 정원 디자이너, 조경가 등 전문가들이 숲을 설계하고 시공합니다. 숲이 조성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는 활동을 하는데요, 내가 꿈꿨던 도시숲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함께 경험하기도 한답니다.

‘미세먼지완화숲’, ‘소음차단숲’, ‘탄소흡수숲’ 등 요즘의 도시숲을 보면 콘셉트나 스토리가 명확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숲을 기획할 때 어떤 점들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우리의 주된 업무는 기획이에요. 아무래도 공익적인 가치를 우선하는 일이라 사례조사를 폭넓게 하고, 지역사회에 나타나는 문제점도 진단해야 해요. 도시숲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어린이 같은 경우는 도시숲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속해요. 어린이들이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좀 더 가깝게,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자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에 착안해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정원문화클럽은 2015년부터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 공원에 어린이정원을 조성해왔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키 작은 식물을 심고, ‘엄마의 정원’이나 ‘도깨비와 요정들의 숲정원’과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짓기도 했어요.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녹색 정원을 선물한 거죠.

기획과 실행의 전 단계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도시숲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면 뿌듯하겠어요. 피부로 느낀 반응들이 있었나요?

도심의 자투리땅을 이웃과 함께 가꾸는 취지의 ‘우리동네숲’ 조성에 참여한 주민들이 “녹색 공간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더불어 이웃끼리 사이도 좋아졌다고요.(웃음) 단순히 자연을 보기 위해서만 방문하는 것이 아닌, 도시숲이라는 공공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또, 서울시의 대표적인 도시숲인 서울숲이 개원할 당시만 해도 성수동 주변은 아파트와 공장 지대가 밀집한 회색빛 도시였는데요. 어떻게 하면 ‘초록초록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 단체에서 ‘녹색공유센터’를 만 들고, 시민들과 녹색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서울숲과 성수동에 주민들이 씨앗을 심고 텃밭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동네 꽃 축제’도 열었죠.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사람들이 점차 식물, 숲, 정원 등의 녹색을 매개로 활발히 교류하며 녹색 도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서울식물원에 조성한 어린이정원 6호, ‘작은 식물원 마을’이 2022년 서울특별시 조경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세 명의 꼬마식물탐험대가 작은 식물원 마을을 누비면서 식물에 대한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어린이들이 더 생생하게 정원을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다.자료 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숲과 숨을 쉬며 함께 살다

도시숲을 조성하고 운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나 고충이 있다면요?

초반에는 도시숲을 양적으로 늘려가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한계를 마주했죠. 공공에 기여할 목적으로 조성한 도시숲이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훼손되거나 유지·관리의 문제로 인해 없어지는 사례가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이 노력해서 만든 도시숲이 사라지는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 더 이상 양적 확충에 집중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녹지 공간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게 잘 보전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도시에 녹색 공간을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공동체 활동이나 원예·가드닝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죠.

도시숲을 일구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참여할 만한 활동도 있을까요?

물론이죠. 숲 가꾸기 자원봉사를 통해 공원 녹지를 가꾸는 것에 도움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자원봉사를 신청한 시민들과 함께하다 보면 청소년 친구들을 많이 만나요. 미래에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싶은데 궁금해서 직접 찾아온 친구도 있었죠. 내가 한 자원봉사가 도시숲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활동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우리 동네 공원에 자주 가보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그런데 공원에 가면 뭐부터 해야 하죠?(웃음)

우리 주변에서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공원, 산, 정원이 어떤 공간인지 조금 더 관심 있게 살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나무가 살고 있고, 어떤 동식물이 공존하는지, 사람들은 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잘 관찰해보면 도시숲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도시숲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을 때 내가 가졌던 생각을 실현하겠죠. 틈틈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녹색 공간을 자세히 관찰하고 즐기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날려버릴 수 있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요?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살짝 공개해주세요.

현시대의 사회적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파고들어 보려고 해요. 이를테면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도시숲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생활권 공원을 찾는 이용객들이 부쩍 늘어났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갈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서울숲공원이나 서울식물원 같은 대형 공원들은 관리가 잘되는데 동네 공원에는 식물도 부족하고, 질적 수준이 차이 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어요. 시민들 누구나 공평하게 공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해서 ‘녹색 불평등’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도보 생활권 내 공원 면적이 적고, 공원 조성 비율이 가장 낮은 자치구에 우선적으로 도시숲을 조성하고 녹지를 개선해 ‘녹색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멋진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도시에 초록색 옷을 입히고, 도시숲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어요. 탄소중립의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도시의 공원 녹지가 손꼽히거든요. 또, 도시에 숲이 있으면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들고, 더 많은 동식물이 살 수 있어요. 그렇기에 도시에 있는 다양한 녹지는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이기도 해요. 숲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고요. 최근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도시숲 조성에 힘쓰고 있어요. 그만큼 이 분야의 일자리와 성장 가능성은 굉장히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계속해서 도시의 녹색 공간들을 매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우리가 함께 도시 속에서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넓혀나가겠습니다.

■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도시숲에서 봄의 왈츠를!

식물에 색인을 달다, 인덱스 가든

자료 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인덱스(색인)’라는 말처럼, 특정한 주제로 분류한 식물을 한데 모은 정원이다. 사랑과 설렘을 주제로 한 서울숲 정원 외에도 색깔, 향기, 열매 등을 주제로 시민들이 도시의 식물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숲의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조경대상’ 산림청장상을 수상했다.

도시숲, 내가 지켜! 그린맵숲

자료 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시민들이 제보한 도심 속 녹색 소외지역에 자연 탄소흡수원인 도시숲을 만들어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했다. 마포구 하늘공원 자투리땅, 청계천 한빛광장 옆 교통섬을 아름다운 녹지로 재조성했다.

가끔은 쉬어가도 돼, 느린 산책의 정원

자료 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숲공원에 만들어졌으며, 코로나19로 공원을 많이 찾는 시민들이 슬로우라이프를 경험하도록 돕는 치유정원이다. 1호는 수국길(2020년), 2호는 야생화길(2021년)을 주제로 조성되어 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바림 ‧ 자료 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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