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사태’에 두 번 연속 현직 경찰관이 국수본부장... “역량·경륜 있는 내부 인사”

이학준 기자 입력 2023. 3. 27. 17:07 수정 2023. 3.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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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부장에 ‘경찰 내부 인사’인 우종수 경기남부청장 임명
정순신 낙마와 경찰 내부 반발 기류 고려한 선택인 듯
”현직 경찰관이 독립 추구하나…인사 통해서 독립성 확보해야”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우여곡절 끝에 경찰 내부 인사인 우종수(55)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결정됐다. 당초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하자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에 대한 경찰 내부 반발 기류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청장은 지난 22일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첫 국수본부장을 경찰 내부 인사로 임명해 조직 안정을 꾀했다면, 지금으로선 시스템을 구비하기 위해 역량과 경륜이 있는 인사가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제2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 ‘정순신 낙마’ 여파에 경찰 내부 반발 고려한 인사인 듯

윤석열 대통령도 당초 임명한 국수본부장은 검찰 ‘특수통’ 출신인 정 변호사였다. 검찰 출신이 전국 경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오르면 검경 수사권 전부를 사실상 검찰 인사가 장악한다는 논란이 예상됐지만, ‘국수본부장은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입법 취지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변호사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녀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통령실·법무부·경찰청을 향해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거세졌다.

정 변호사 낙마로 윤 대통령이 경찰 내부 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신임 국수본부장에 대한 인선 절차는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이 또 다시 외부 공모 절차를 거쳐 국수본부장으로 지명할 검사·판사 출신 인사를 찾아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연합뉴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결국 경찰 내부 인사를 선택했다. 정 변호사 낙마로 인사검증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진 데다 검찰 출신에 대한 경찰 내부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우 청장이 행정고시 출신인 만큼 ‘경찰대 고위직 독점 해소’라는 인사 기조에 어긋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부 공모 절차를 또 다시 진행할 경우 국수본부장 자리가 오랜 기간 공석이 돼 수사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직무대행 체제로 빈틈없이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 국수본부장이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 두 번 연속 현직 경찰관이 국수본부장… “드루킹 사건 지휘한 수사통”

윤희근 경찰청장은 27일 “정부는 신임 국수본부장으로 우 청장을 임명했다”며 “우 청장은 경찰 조직에 약 24년간 몸담아 오면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형사국장 등을 두루 거친 탁월한 경찰수사 전문가”라고 밝혔다.

우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힌다. 우 청장은 경무관 승진 이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경찰청 치안정책관 등을 역임했는데, 수사부장 재임 당시였던 2018년에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치안감 승진 이후인 2021년 12월에는 국수본 형사국장을 맡다 이듬해 6월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이 됐다.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에 이어 우 청장이 신임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국수본은 출범 이후 두 번 연속 현직 경찰관을 수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초대 국수본부장 임명 당시에도 외부 공모 절차는 진행됐지만, 경찰청은 지원자 중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보고 당시 경남경찰청장을 국수본부장으로 단수 추천했다.

일각에선 현직 경찰관이 국수본부장에 임명되는 것은 당초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한 국수본의 핵심은 경찰청장 등을 통한 수사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치안정감인 국수본부장 임기를 2년 동안 보장하고, 치안정감보다 높은 계급을 가진 경찰청장(치안총감)의 지휘·명령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이유다.

윤 청장은 이날 우 청장이 신임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내부·외부 인사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며 “최종적으로 이번에 한해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받아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수본은 처음부터 경찰과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탄생했어야 옳다”며 “조직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럴수록 인적 구성을 통해서라도 독자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찰에) 예속돼 있는 사람이 갑자기 독립을 추구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국수본부장은 외부 인사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했다.

국수본부장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고위공무원 및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국가기관 등 법률사무 10년 이상 종사 변호사 ▲법률학 경찰학 조교수 이상 10년 이상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 경찰청장은 내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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