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쓰레기의 그림자를 녹색으로 칠하는 폐기물관리전문가

한겨레 2023. 3. 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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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모두 쓰레기를 버린다. 처치가 곤란한 쓰레기는 쌓이고 쌓여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 쓰레기는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쓰레기의 그림자를 따라 녹색 길을 만드는 폐기물관리전문가를 만나봤다.

지금 지구는 쓰레기 천국

사용 가치가 사라진 물건, 우리가 평소 쓰레기로 여기는 폐기물은 크게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과 산업활동으로 인한 모든 산업쓰레기를 배출하는 사업장폐기물로 나누어진다. 폐기물의 발생량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일일 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38만3000톤(t)에서 2020년 53만4000톤(t)으로 약 10년 사이에 17만 톤 이상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생활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이 많아지고, 마스크나 배달 용기 등으로 인해 플라스틱 발생량이 폭발했다. 인류가 내보낸 쓰레기로 포화 상태에 이른 지구가 몸살을 앓는 상황, 이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전 세계가 폐기물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

그렇다면 폐기물의 처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폐기물을 소각하면 대기가 오염되고, 만약 매립한다면 토양과 수질이 오염된다. 결국 지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답은 ‘재활용’이다.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해 폐기물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AMP 로보틱스’에서는 AI 기술이 탑재된 재활용 분류 로봇을 개발해 분리수거를 자동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의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폐기물 산업이 점차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지난 3년 사이 국내 폐기물 처리업종의 기업가치가 280%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폐기물을 관리하는 사람, 폐기물관리전문가라는 직업이 미래에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기물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폐기물관리전문가

폐기물관리전문가는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일반 및 산업폐기물을 운반·처리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연구한다. 또, 매립, 소각, 보관, 파쇄, 중화, 재활용 등 폐기물의 처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쓰레기를 소각·재활용하기 위한 소각로 설비를 담당하고, 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술을 검토하거나 환경영향평가를 분석하기도 한다. 환경공학, 화학공학, 화학, 기계공학 등을 전공하면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폐기물처리산업기사, 폐기물처리기사, 폐기물처리기술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움이 된다. 폐기물처리업체나 폐기물 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며 환경 관련 공공기관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폐기물환경공학기술자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선정한 ‘유망한 과학기술 분야 직업 30종’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구에 드리운 쓰레기의 그림자를 지우고, 푸른 미래를 이끌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 폐기물관리전문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조영민 리코 서북사업팀장.사진 바림

“폐기물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갑니다”

조영민 ‘리코’ 서북사업팀장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18년 16조7000억 원에서 2025년에는 2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리코’는 폐기물 수집과 운반을 담당하고 재활용 처리 업체를 매칭해주는, ‘디지털 기반의 폐기물 관리 기업’이다. ‘리코’에서 서북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조영민 팀장을 만나 떠오르는 녹색 일자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폐기물 처리의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고 관리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해주세요.

기업형 폐기물 관리 서비스인 ‘업박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사업장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플라스틱, 폐지 등 다양한 폐기물을 수거하는데요. 폐기물을 담는 전용 용기에는 눈금이 그려져 있어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박스 클라우드’라는 앱과 웹에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었는지 수거 기사님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용자들은 월별 폐기물 배출량의 추이나 증감량, 에너지 저감 수준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출량을 측정한 뒤에는 GPS가 탑재된 트럭으로 폐기물을 운반하기 때문에 마치 택배가 움직이듯 폐기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죠. 이처럼 폐기물량을 수치화하여 데이터로 제공하면 폐기물 처리를 의뢰한 고객들이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때로는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스스로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폐기물 처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쓰레기 배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보호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네요.

맞습니다. 일단 쓰레기가 정확히 얼마만큼 배출되는지 알아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계획도 세울 수 있거든요. 일례로 한 학교의 급식 시설에서는 잔반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민이었는데 ‘업박스’를 이용하면서 한 달마다 폐기물의 정량을 분석하고, 그간의 데이터를 참고해 급식 예산을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전의 음식물 수거함 용기는 규격화되어 있기는 했지만 눈금이 없어 배출량을 알기 어려웠고, 잔반을 드럼통에 모아 내놓는 곳도 적지 않았어요. 폐기물은 당연히 배출량에 따라 처리 비용이 책정되는데, 눈대중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어서 불편함이 있었죠.

이와 같은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도했을 때는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겠군요.

기존 사업장에서 폐기물은 ‘싸게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적법하지 않은 쓰레기장에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행위도 공공연히 있었고요. 따라서 폐기물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자 했어요. 리코는 ‘폐기물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간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곧 업계에서 만연했던 부정적인 관행을 없애고 진짜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업박스’를 도입한 2020년에는 500개의 사업장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그 규모가 커져 지금은 약 3000개의 기업이 함께하며 보다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거한 폐기물들은 어느 곳으로 보내지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궁금했어요. 폐기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건가요?

가령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퇴비로 가공해서 농가에서 농사를 지을 때 얼마든지 비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곤충 사료로 재생산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건식 사료로 곤충을 사육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죠. 또한 음식물쓰레기는 바이오 디젤(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기름을 메탄올과 반응시켜 생산한 친환경 수송연료)의 원료가 될 수도 있어요.

따라서 우리가 수거하고 운반한 폐기물의 최종 목적지는 친환경과 재활용으로 향하도록 하려고 해요. 재활용 공장이나 농가 등을 연계하고 파트너 업체와 협업하며 쓰레기를 무조건 소각하지 않고 최대한 자원화하는 것에 힘쓰고 있답니다. 그 결과 작년 상반기까지 총 1만3625톤(t)의 온실가스 감량 효과를 낼 수 있었어요.

폐기물의 재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자원순환이나 순환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겠네요. 앞으로 폐기물 분야가 녹색 일자리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많은 회사에서 ‘ESG(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 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일반 기업에서도 환경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리코에 있는 모든 직원이 ‘그린잡’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폐기물 관련 서비스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에서 녹색 일거리와 접목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환경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할 것이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과 실천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만약 이 직업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와도 좋습니다!(웃음)

■ 버릴 것 하나 없다! 리코의 폐기물 관리 A to Z

업박스 클라우드

자료 제공 리코

폐기물을 수거하면 계근기를 이용해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측량값 및 환경 지수와 처리 과정을 데이터로 취합해 업박스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박스 스테이션

자료 제공 리코

플라스틱, 종이류, 비닐 등 재질별로 분리수거가 가능한 전용 분리 배출장이다. 쓰레기의 소각과 매립 비중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구축했다.

자원순환 프로젝트

자료 제공 리코

폐기물을 새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여러 기업과 자원순환 캠페인을 펼쳤다. 식품공장의 음식 폐기물을 수거한 뒤 퇴비를 생산하고, 화장품 기업과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바림, 게티이미지뱅크 ‧ 자료 제공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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