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각종 통계 지표 '빨간불'

송연순 기자 2023. 3.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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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출생아수 2만 3000명 '역대 최소'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첫째아 비중 65%
종합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2만 3000여 명에 그치며 동월 기준 사상 최소치를 갈아치웠다. 연간 출생아 25만 명선도 붕괴됐고,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0.78명으로 10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처럼 출산율 관련 각종 지표들은 경고등이 켜진 채 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 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만 명 아래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장기 미래 전략을 준비해 이르면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통계수치를 통해 저출산의 심각성과 정부의 향후 대응책 등을 살펴본다.

◇1월 출생아 역대 최소, 사망자 역대 최대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2만 3000여 명에 그치며 동월 기준 사상 최소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망자가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면서, 인구는 3년 3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 3179명으로, 1년 전보다 6.0%(1486명) 줄었다. 이는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것이다. 종전 사상 최소치는 지난해 1월(2만 4665명)이었다. 월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86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기준 감소세를 이어갔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도 5.3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난 1월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9.6%(2856명) 증가한 3만 2703명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9524명 자연 감소했다. 자연 감소 폭은 1월 기준 역대 가장 크다.

◇ 출생아 30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 25만 명선 무너져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10년 전인 2012년(48만 5000명)의 약 절반, 30년 전인 1992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4.9명으로 전년보다 0.2명 감소했다. 출생아 수와 조출생률 모두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는 30년 전인 1992년 73만 1000명이었으나 20년 전인 2002년(49만 7000명) 40만 명대로 떨어졌고, 2017년(35만 8000명)에는 30만 명대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25만 명선도 무너졌다.

◇ 합계출산율 0.78명, 10년째 OECD 꼴찌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974년 3.77명에서 1977년 2.99명, 1984년 1.74명으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0.98명으로 0명대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감소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 혼인 줄고, 평균 출산 연령도 역대 최고치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으로, 전년보다 1000건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혼인 건수는 2021년(19만 3000건) 처음으로 20만 건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혼 건수도 9만 3000건으로, 1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 포인트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2년(18.7%)의 2배에 육박한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높은 수준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이상을 아우르는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올랐다. 평균 출산연령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첫째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6세로 집계됐는데, 이는 20년 전인 2000년(27.7세)보다 5살 가까이 올라간 수준이다. 40대 초반 산모 비중도 2000년 0.6%에서 2021년 4.4%로 늘었다.

◇ 만 13세 이상 절반 "굳이 결혼 안 해도 돼"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50.0%로 집계됐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여전히 절반 이상(55.8%)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44.3%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65.3%로 집계됐는데, 10대의 경우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41.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은 비중을 나타냈다. 20대 역시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4.0%에 그쳤다. 10-20대 과반은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아도 된다고 느낀 것이다. 현재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에서도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54.7%에 그쳤다.

◇'하나만 낳아 기르자'…출생아중 첫째아 비중 63%로 사상 최고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인 경우가 늘면서 첫째아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2021년(14만 8000명)보다 5.5%(8000명) 늘었다. 2015년에 1.4%(3000명) 증가한 이후 7년 만의 반등이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중 첫째아는 15만 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 9000명) 가운데 62.7%를 차지했다. 이는 출산 순위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 56.8%를 웃돌며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반면 둘째아는 2021년 9만 1000명에서 2022년 7만 6000명으로 16.7%(1만 5000명), 셋째아 이상은 2만 1000명에서 1만 7000명으로 20.9%(4000명) 각각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는 전년보다 4.4%(1만 2000명) 줄었는데, 아이를 둘 이상 낳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약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생 기조 반전 실패

정부는 최근 국가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 연구 용역을 발주해 관련 정책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인구·산업·국제관계·기후 등 4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앞으로 20-30년 후를 내다본 국가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실무 작업반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대책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생 기조를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등이 아이 낳기를 꺼리게 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방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책 등을 이번 전략에 담아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위험 대응 과제도 함께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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