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시 '합병가액' 산정방식 손본다 

김미리내 2023. 3.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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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자본연 '기업 M&A 지원 세미나' 개최 
합병가액 산정방식 유연화 등 규제 개선 추진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유연화하는 등 M&A 관련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M&A 지원 세미나'를 열고, 국내 M&A 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유성 연세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합병가액 산정방식에 대한 유연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신 합병공시 확대, 외부평가 규율 강화 등을 통해 적정가격인지에 대한 충실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상 정해진 경직적인 산정방식이 진정한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어렵고 시장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합병가액 산정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법인은 기준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10(계열사)~30(비계열사)% 할인 또는 할증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1.5로 가중평균해 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 합병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합병제도에 대한 제도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계열사간 합병은 상장법인은 시가, 비상장법인은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기본원칙은 유지하되, 상장법인은 평가기준일을 변경하고 비상장법인은 원칙적으로 산정방식을 자율화하면서 공정성 담보를 위해 제3자 외부평가를 의무화하는 대신 가중평균 비율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자율성을 주되, 기업이 산정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는 한편,외부평가를 강화해 공정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합병가액 산정 자율화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합병가액을 법으로 규율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국내 합병은 계열사 간 합병이 80% 이상으로 높아 (개선 취지를 반영하려면) 계열사간 합병시에도 보다 자율화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합병가액 완전 자율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보호 등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진욱 건국대 교수는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유연화하는 경우 일반주주에 대한 권리 보호 장치 확대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간 대리인 문제가 심각한데 계열사 간 합병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방식을 선택해 비지배주주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합병가액 산정 유연성을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합병시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개매수시 사전 자금확보 부담 완화 △우회상장 심사기준 합리화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목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 예외 △기업구조혁신펀드 추가 조성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날 공개매수와 IB의 기업 신용공여, 합병제도 등 기업 M&A와 관련한 다양한 규제들을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는 당장 다음달 1일부터 공개매수 시 사전 자금확보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기업이 주식을 공개매수를 하려면 해당 자금 전부를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했다. 앞으로는 기업의 불필요한 유휴자금 확보 등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확약을 받은 경우에도 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관련기사:공개매수 자금조달 능력, 보다 유연하게 본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M&A는 기업 경영 효율화와 사업 재편의 중요 수단으로 국경 간 M&A와 중소·벤처기업과 같은 핵심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개매수, 투자은행(IB)의 기업 신용공여, 합병제도 등 기업 M&A 관련 불합리한 규제들을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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