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후보 사퇴에 KT '시계제로'...상반기 투자·고용 '올스톱' 위기

김승한 기자 2023. 3. 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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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윤경림, 이사진 만류에도 사퇴서 제출
"새 CEO가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해"
직무대행자 박종욱...업무수행엔 한계
투자·인사 등 주요 현안 '올스톱' 불가피
새 대표 선출 두 달...외부인사 영입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결국 후보선임 20일만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정부 여권의 지속된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KT는 대표와 사내이사가 모두 공석인,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빠지게 됐다. 당분간 KT를 이끌 직무대행의 업무 수행에도 제약이 불가피한 만큼 후임 대표 선정까지 KT의 투자, 인사, 고용 등 현안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KT에 따르면 이날 윤 후보는 사퇴를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를 공식 전달했다. 정치권과 수사당국 등의 압박에 따른 부담감, 주주총회 문턱을 넘더라도 정상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윤 후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최고경영자)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22일 윤 후보는 이사진과 조찬 간담회에서 '내가 버티면 KT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취지로 사의를 밝혔다. 이에 이사진은 강하게 만류했지만 숙고를 거듭해오다 결국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KT 한 관계자는 "이미 언론 등에서 사퇴의사가 대대적으로 알려져 설령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번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후보 사퇴 발표 직후 KT는 공시를 통해 오는 31일 주총 의안에서 윤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선임안도 자동 폐기됐다.
28일 KT 긴급이사회 소집해 후속조치 논의
KT 이사진은 이르면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윤 후보 사퇴에 따른 후속 대응을 논의한다. 주총 이후 대표이사 직무 대리를 누구로 선정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임기는 31일까지다. 주총에서 대표를 뽑지 못하면 당분간 대표 없이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모두 유고시 직제상 다음 순위인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는다. 다만 박 사장은 과거 '쪼개기 후원'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앞서 최종 4인 숏리스트 중 한명인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등도 거론된다.

문제는 상법상 직무대행자 권한이 일상업무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그 밖의 중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새 대표를 선정하기까지 최소 2~3달이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KT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투자, 인사, 고용 등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KT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KT 임원들은 이미 연말로 임기가 끝났음에도 1개월씩 연장하고 있다"며 "직무대행자가 오면 급하게 인사 발령 정도는 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물론 상법상 구현모 현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구 대표가 이미 연임을 포기한 데다 여권의 집중 타깃이 됐던 만큼 대표직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에 따르면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
대표 선임 원점으로...새 대표 공모 절차에 관심↑
KT 대표 선임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차기 대표 공모 절차에 관심이 모아진다. 새 대표 공모는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이 완료된 후에야 가능하다. 변수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달 가능할 전망이다. 대표 선임까지 끝나려면 5월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내이사 2인(구현모·윤경림)이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만료되고,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재선임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자문회사인 ISS가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고, KT 제1노조도 '이사진 전원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3인의 재선임이 무산되면 KT 이사회는 김대유·유희열·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된다. 앞서 차기 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2인(이강철·벤자민홍)이 중도 하차했다. 사외이사만으로 이사회가 운영될 경우 차기 대표를 뽑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관상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남은 사외이사 3인 중 추가로 사퇴자가 나오면 상법상 '이사 3인'이라는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아 이사회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과거 정부와 인연이 있던 인물들이라 현재 분위기에서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유희열 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물론 상법상 이사의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새로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퇴임한 이사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권이 이사회를 두고 'KT 내 이권 카르텔'이라 비판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선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연임이 무산되면 KT가 외부 자문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임시 주총을 열어 이사진을 충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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