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의 질문과답] 뜨뜻미지근했던 이회성의 '지구 가열화' 대책

정종오 2023. 3.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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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 기자간담회 현장
이회성 IPCC 의장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차 평가(AR6) 종합보고서 시사점과 대한민국 최초 의장 활동’이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의장으로서 6차 평가 종합보고서를 최근 최종 승인했다. 기후변화의 현재를 담았다. 기후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지구촌 난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정부는 최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면서 기존의 산업부문 감축률 14.5%를 11.4%를 줄였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답: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이 산업계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부문은 기술과 직결돼 있다. 기술이 접목되면 산업계 감축 등으로 이어져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이 우리나라 기술개발 능력에 감탄하고 있다.”

뜨뜻미지근했다.

8년 동안 IPCC 의장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치고는 안타까웠다. 윤석열정부의 산업부문 감축률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는 기술개발 능력이 뛰어나다’며 기술적 희망론만 내놓다. 우리나라는 기술 개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산업부문에 접목하면 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회성 IPCC 의장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6차 평가(AR6) 종합보고서 시사점과 대한민국 최초 의장 활동’이란 주제로 기자들과 만났다.

대부분 기자들은 간단한 브리핑 이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윤석열정부가 NDC에서 산업부문 감축률을 줄였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이 의장에게 우선 물었다. 이 의장은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 “산업부문에서 기술이 접목되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며 감축률 인하에 대한 비판적 언급 없이 희망론만 내세웠다.

더욱이 이 의장은 한발 더 나가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 의장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는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상황을 언급했다.

당시 앞뒤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의장은 “나는 경제성장도 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지구 가열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 경제시스템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지구 가열화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에는 에너지가 필수이다. 화석연료를 통한 값싼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예전의 미국과 유럽이 그랬고, 지금의 중국과 인도가 이 상황에 처해있다.

물론 IPCC의 한계는 있다. 이 의장 스스로 말했듯이 “우리는 그 어떤 국가의 정책이든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정부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맞는 말이다. IPCC 자체가 연구조직이 아닌 그동안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내놓으면 각국 정부 정책 입안자가 이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이 의장은 이날 ‘IPCC 6차 평가(AR6) 종합보고서 시사점과 대한민국 최초 의장 활동’이란 주제로 브리핑을 할 때와 기자 질의응답 때의 어감이 매우 달랐다.

기자와 질의응답 이전 이 의장은 간단한 브리핑을 통해 “과거의 지구도 온도가 상승할 때가 있었고 그 당시 섭씨 1.1도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2만~3만년이 걸렸다”며 “반면 최근에는 몇 백 년 짧은 시간에 1.1도가 높아졌다”며 심각한 위기감을 내비쳤다.

나아가 “이 같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인간 활동(산업화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원인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현 경제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그동안 인류와 생태계가 적응했듯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의장은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 적응은 기존 개념과 다르다”며 “기후변화 속도에 맞춰 사람과 생태계가 변화 속도에 적응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대 지금은 기후변화가 워낙 빨라 적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대목이었다.

현 상황(온실가스 배출량 여전히 증가, 전 세계적 NDC 후퇴)이 이어진다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상승을 방어하자는 목표는커녕 2도 상승도 막을 수 없다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이후 이어진 기자와 질의응답 시간에 이 의장의 말은 브리핑 때와 결이 달랐다. 심각성을 대변한 IPCC의 종합보고서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과 사뭇 달랐다.

앞서 윤석열정부의 NDC 기본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물론 한 기자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해외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뜬금없이 ‘방산 산업’을 끄집어내고 들었다.

이 의장은 이 질문에 “우리나라 무기 수출이 최근 전 세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며 “무기는 최첨단이면서 정밀해야 하는데 전 세계가 지금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설명은 없고 관련 없는 방산까지 끌어들여 우리나라가 ‘잘 하고 있다’는 말만 되뇌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도 군더더기 말을 이어 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전 세계 190개국이 모여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국제적 약속을 담고 있다. 이 국제조약은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의장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자발적’ 약속”이라며 “만약 지키지 않는다면 ‘미사일을 쏠 것이냐’”며 반문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부분에 ‘미사일 발사’까지 언급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에 대한 질문에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의장은 “원전이든, 수소든, 어떤 정책에 대해 (IPCC는) 선호하거나 기피하지 않는다”며 “IPCC는 중립”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모든 것(에너지원)이 용납된다”며 “가장 최적의 에너지믹스에 정답은 없고 각국이 상황에 맞게 구성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IPCC 의장 활동 등 여러 공로로 윤석열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유희동 기상청장(왼쪽)이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 이 의장에게 대리 수여했다. [사진=기상청]

한편 이날 이 의장은 IPCC 의장 활동 등 여러 공로로 윤석열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 이 의장에게 대리 수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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