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전기요금에 묻혀 사실상 강제징수 KBS수신료, 개선해야 하나

허원순 2023. 3. 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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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KBS 수신료 강제징수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 대해 매달 2500원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것인데,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로부터 징수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해주고 있다.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끼워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문재인 정부 때 특히 많았다. 적지 않은 국민(시청자)이 KBS의 보도 행태, 프로그램의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조직적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까지 벌어졌다. KBS는 늘 ‘공영방송’이라고 내세웠지만 과연 무엇이 공영방송이며, 그런 주장에 맞는 보도를 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여론을 수렴하면서 대통령실이 ‘개선책’ 찾기 공론화에 나섰다. KBS 수신료 개선 논의는 적절한가.

[찬성] '자칭 공영방송'의 편파·저질 심각…英 BBC 등 해외선 수신료 폐지 기류

자칭 공영방송이라는 KBS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불만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 해묵은 논란거리인 수신료 강제 징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편파적 뉴스와 오락·연예라는 이름하의 저질 프로그램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일반 상업방송이 아니라 스스로 공영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사에서 넘쳐나는데,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강제로 내야 한다. 그것도 국민 모두 내는 전기요금에 가려진 채 억지로 내는 상황이다. 선택권은 없다.

무엇보다 근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시사 이슈에서 명백한 편향 보도가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는 노동조합 편을 들며 경제 6단체가 한목소리로 우려·반대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을 반론조차 없이 필요하다고 보도했고,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에서도 친노(親勞) 친야(親野) 기사를 주로 내보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영방송이라는 주장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는 비판이 다른 언론매체와 사회단체 등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의 확산으로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 TV는 뒤로 밀리고 스마트폰과 PC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신료 자체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게 됐다. 29년 전 날림으로 도입된 전기요금에 편승한 시청료 징수는 시대적 소임이 끝났다. 한전에 접수된 KBS 수신료 관련 불만 민원은 4만8114건(2021년)에 달했다. 모두 폐지 요구다. 2022년 KBS의 수입 1조5300억원 중 수신료 비중이 6935억원에 달한다. 일반 상업방송처럼 광고 다 하고, 강제로 수신료까지 받으며 프로그램의 수준은 낮아 ‘신의 직장이냐’는 조롱 같은 비판도 듣고 있다. 공영방송의 원조로, 모범적 프로그램을 많이 생산해온 영국 BBC가 2022년 연간 159파운드였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면서 2027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 프랑스(FTV) 일본(NHK)도 공영방송 수신료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반대] 일부 논란 프로그램은 지엽적 현상…독립·전문·중립 방송 키워나가야

어느 나라에나 공영방송이 있다. ABC CBS NBC 폭스 등 거대 민간 상업 미디어가 주도하는 미국에도 공영방송이 있다. 공공 부문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광고에 아예 기대지 않거나 최대한 적게 의존하면서 방송을 해야 기업 등 광고주로부터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자면 수신료가 필요하다. 더구나 오늘날 거대 기업은 그 자체로 영향력과 ‘사회적 파워’가 워낙 커서 독립·중립적 방송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전체 국민(시청자)이 크지 않은 금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지원해야 그런 ‘공익형 방송’이 가능해진다.

KBS가 일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편향된 방송을 내보냈다는 지적이 있지만, KBS 전체 기능과 역할을 그것만으로 모두 규정할 수 없다. 기자나 PD의 자유로운 기사 작성 및 프로그램 만들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좀 더 관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나 오너가 없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이 왕성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KBS 등 언론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라는 이유로 노조 관점만 반영한다는 것은 과민 반응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과거 전두환 정부 때 이른바 ‘땡 전 뉴스’(저녁 9시 알림음과 동시에 전두환 대통령 관련 뉴스부터 했던 것)는 문제가 없었나. 조금씩 변하는 과정에서의 일을 두고 공영방송 본연의 기능·역할까지 부인하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신문·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서는 새로운 매체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KBS를 비롯한 전통적 방송은 경영의 위기를 맞고 있다. KBS 역시 연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한다. 경영에 방만 요소를 적극 찾아내 자구 노력도 해야겠지만, 재정적 지원의 틀을 갑자기 끊으면 KBS는 존재하기 어렵다. 큰 틀에서 여유를 갖고 보면서 중립성·객관성·전문성과 탈정치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 식으로 좋은 공영방송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 생각하기 - 소비자 선택권, 수신료 납부 거부권, 시청자 주권 문제…공론화 필요

논란의 시청료 문제는 용산 대통령실이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국민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참여 토론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찬성과 반대 입장을 두루 들어 토론회도 연 뒤 내용을 정리해 관계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소비자 선택권, 수신료 납부 거부권 행사의 제한, 지금까지 강제 징수 방식의 시대적 한계, 시청자 주권 등이 쟁점이다. 근본적으로 이 시대에도 공영방송이라는 개념·주장이 타당한가로 이어진다. ‘공영신문’이 없어도 신문 쪽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영국, 프랑스 등 해외의 수신료 폐지 및 분리 징수 기류도 참고할 만하다. 방송에 대한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끊이지 않는 정치권의 방송 장악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면 공영방송 자체를 아예 없애는 것도 과제로 생각해볼 수 있다. 방송 장악을 위한 거대 야당의 방송관련법 개정 시도가 걱정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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