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7명·챗GPT 협업한 국내 첫 소설집 나왔다

이영관 기자 입력 2023. 3. 27. 15:50 수정 2023. 3.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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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 네오픽션 제공

작가들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활용해 창작한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출판사 네오픽션은 작가 7명이 챗GPT를 이용해 만든 SF 단편을 묶어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챗GPT를 활용한 책이 여럿 나왔지만, 소설책의 형태로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별로 챗GPT를 활용해 만든 단편소설 한 개, 작업 후기 등 에세이를 함께 실었다. 주로 SF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김달영, 나플갱어, 신조하, 오소영, 윤여경, 전윤호, 채강D이다. 작가의 역할은 챗GPT에 명령을 입력하고, 그 결과물을 다듬어 소설로 만드는 것이었다. 다만 책에 챗GPT와 작가가 쓴 문장을 구분해 표시하지는 않았다.

단편들은 메타버스 세계, 기후변화 이후의 세계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외계인과 지구에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매니페스토’를 제목으로 삼았다. 챗GPT와 협업해 만든 책의 컨셉에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비록 지구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지구인 동료 여러분이 가진 능력이 미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건대, 우리는 우리의 우월함으로 지구를 점령하거나 우리의 뜻을 강요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 아닙니다.” (‘매니페스토’ 중에서)

에세이를 통해 챗GPT를 활용한 소설 쓰기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챗GPT의 장점과 단점, 실패담까지도 담았다. 작가 나플갱어는 “(챗 GPT는) AI가 가질 법한 관점, 대사의 어투를 정확하게 제공해줄 수 있다. 그 자신이 AI이기 때문이다. 영화로 치면 극 중 캐릭터의 실존 모델을 그 배역에 캐스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썼다. 반면, 작가 신조하는 “아무런 욕망이 없는 맑은 영혼, 딱 그 정도의 결과물을 반복해서 제시해주었다”며 “챗GPT는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고 썼다.

작가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미래 진단도 담았다. “출판사들은 원고지 매수에 따라 원고료를 책정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챗GPT를 이용해 원고를 늘이면 그 원고료는 누구에게 지불되어야 하는 걸까.” (김달영의 ‘협업 후기’ 중에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소설책의 서두에 챗GPT 사용 여부를 밝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품을 따로 표기하는 것처럼.” (채강D의 ‘협업 후기’ 중에서)

27일 전자책 형태로 온라인 서점 등에 공개됐다. 종이책으로는 다음달 3일 이후 만나볼 수 있다.

네오픽션 관계자는 “‘문학은 인간 작가만이 시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고 선 그으면 끝인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책”이라며 “AI와 함께 소설을 쓰는 과정과 그 시행착오를 모두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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