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은 남로당 폭동’ 강연에…서울대생들 “제주 4·3 사건 왜곡 강연 반대”
강연자 김영중 과거 저서 주장도 지적
오후 5시부터 학생들 피켓 시위 예정

서울대 학생들이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학내에서 열리는 극우 단체 강연을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 4·3 사건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남로당의 폭동’으로 규정해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4·3 사건 민중항쟁과 국가폭력을 기억하는 서울대 구성원들’은 27일 학내에 게시한 대자보에서 기독교 보수주의 단체 트루스포럼이 개최하는 ‘인생을 건 진실의 전쟁, 제주 4·3’ 강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트루스포럼은 4·15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고 서울대 인권헌장 추진을 반대해온 단체이다. 강연은 이날 오후 열린다.
학생들은 이들의 강연이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오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강연에서 상영될 예정인 영화 ‘탐라의 봄’의 시놉시스에는 “4·3 사건은 제헌의원을 뽑는 선거를 막기 위해 남한 내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학생들은 김영중 전 제주경찰서장이 강연자로 나선 것도 문제삼았다. “대통령의 제주 4·3학살 사과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안해 제주오적의 일인이라는 오명을 얻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전 서장은 저서 <남로당 제주도당 지령서 분석>에서 “1947년 3월 1일 제주도에서 일어난 3·1 운동기념투쟁의 주체는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을 받은 제주도당”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김 전 서장이 여러 저작에서 “게릴라를 진압한 군과 경찰은 정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이 무장폭동이며 위급시이기에 미 군정과 대한민국 정부의 학살 진압이 정당했다는 인식은 한국 전쟁 시 보도연맹 학살, 전두환의 5·18 광주 학살 등 국가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했다.
연명에 참여한 일부 학생은 강연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5시부터 강연장 앞에서 피켓 시위도 할 예정이다. 서울대 한 박사과정 재학생은 통화에서 “이전에도 트루스포럼이 비슷한 강연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강연이라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3년 발표한 4·3 진상조사보고서에서 “4·3 전개 과정에서 제주 남로당은 중앙당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터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제주 4·3 사건의 불을 당긴 것은 제주의 남로당 관련자들이지만, 북한이나 남로당 중앙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어떤 자료에서도 그런 가능성조차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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