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격에 재계약한 세입자 화나겠네…전세 67% ‘하락 거래’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3.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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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역전세난 심화 여파
청구권 사용 33.4%… 1년 전 반토막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사진 = 이승환 기자]
역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건 중 2건은 이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전세 계약금 수준(인상금액 5%이내)으로 2년 동안 전세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비율도 2020년 8월 이 제도 도입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7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순수 전세 거래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5138건 가운데 67.3%(3459건)가 종전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다.

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일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보증부 월세 제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신규 입주 단지가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 추세가 뚜렷했다.

일례로 지난달 말 3375가구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한 강남구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하락 거래 비율이 74.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목동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본격화된 양천구의 하락거래는 73.9%로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 1772가구 규모의 ‘흑석리버파크 자이’가 입주를 시작한 동작구도 전세 거래 중 71.9%가 하락 거래였다.

성동구(71.4%)와 관악구(71.1%), 동대문구(71.0%), 용산구(70.1%) 등도 하락 거래가 70%를 넘었다. 반면 강북구와 종로구는 하락거래가 각각 51.3%, 52.0%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고가 전세거래는 줄은 반면, 저가 전세거래는 늘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1분기 전세 거래 2만9668건 중 보증금 4억원 이하 거래 비율은 45.5%로 직전 분기(37.7%)보다 7.8%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비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중고가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난해 4분기 21.0%에서 올해 1분기 16.7%로 4.3%포인트,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10.2%에서 6.0%로 4.2%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전셋값이 하락한 데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담이 적은 저가 아파트 거래가 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거래(1만4082건)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33.4%(4704건)로 나타나 2020년 8월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 4분기에는 80%를 넘었고, 지난해 1분기 67%였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이 1년 반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세입자들이 굳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도 2년 전보다 전셋값을 낮춰 계약을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약 후 보증금 인하 요구 늘어
최근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이 일대 신규 전세 매물의 하락 거래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이 하락 거래를 보고 계약서를 쓴 갱신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낮춰 다시 계약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는게 주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은 종전 9억원 보증금에 15만원 반전세를 이달 9억원 전세(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로 감액 재계약했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 신규 계약분은 최근 7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동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59㎡도 올 1월 13억원에서 9억원으로 4억이나 낮춰 재계약이 진행됐으나, 최근 신규 전세 거래는 8억원에 이뤄졌다.

강남에서는 고금리 기조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전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10억원 밑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억7180만원으로, 전달(10억1788만원) 대비 4608만원(4.5%)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최고점(11억6855만원)에 비해서는 1억9674만원(16.8%) 떨어졌다.

앞서 서초구도 지난 1월 9억8940만원으로,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뒤 2월에도 9억6084만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봄 이사철 갈아타기 수요 등으로 매물이 소화되고 있지만, 대단지 아파트 입주 예정돼 있다 보니 전셋값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에서만 올해 1만3000여 가구가 공급 예정으로 지난해 입주 물량에 비해 4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는 총 38개 단지, 3만333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5만6784가구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3만 가구대로 감소했다.

다만, 올해 입주 물량 중 27%는 강남권에 집중됐다. 지난달 말 3000여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를 시작으로,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하고, 11월에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 순차적으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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