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못 줘" 입주 지연 장기화 '신목동 파라곤'에 무슨 일이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입주 당일 아파트 정문이 막혀버린 아파트도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이다. 지난 20일 찾은 이 단지에선 입주 예정일보다 3주가량 지난 시점임에도 신축 아파트 특유의 활기차고 분주한 분위기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경계엔 붉은색 안전띠가 출입을 막았다. 정문은 차량으로, 주차장은 돌로 된 바리케이드로 막혔다. 경호업체 직원들은 단지 곳곳을 순찰하며 방문자를 통제했다.
신월4구역을 재건축해 만든 이 단지는 5개동 299가구 규모로 지난달 28일 양천구청의 준공 허가를 받아 3월1일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조합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탓에 일반 분양자들도 입주가 전면 차단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106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에 응하지 않아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시공사는 조합과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2018년 7월 이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경우 공사비를 협의 하에 인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8년 7월 104.37에서 지난달 기준 110.38로 약 5.7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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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차량으로 막힌 아파트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조합원을 만날 수 있었다. 조합원 A씨는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창문을 가리키며 "우리 집이 바로 보이는데도 못 들어가고 있다"며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 모두 갈 곳이 없어 친척 집이나 여관을 전전하고 있다. 전입신고를 못해 아이들 학교를 못 보내는 집도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짐 보관 비용으로 벌써 100만원을 넘게 썼지만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다 보니 매일 불안함으로 잠을 못 이룬다"며 "입주 사무실까지 열어놓고 입주 당일 갑자기 이사 차량을 막아버리니 더욱 피해가 컸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신목동파라곤은 분양 당시 저렴한 분양가로 이목을 끌었다. 평균 분양가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3㎡당 3171만원)의 60% 수준인 2060만원이었다. 목동 학군 배정이 가능하다는 입지적 이점도 작용, 일반분양 당시 평균 청약경쟁률이 146대 1에 달할 정도였다. 집값도 많이 올랐다. 21일 현재 전용 59㎡의 매매 호가는 7억5000만원 선으로 최대 5억3670만원이었던 해당 평수 최초 분양가보다 최소 2억원 넘게 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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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측은 이미 수천만원대의 분담금을 냈음에도 추가로 거액의 공사비를 내는 것은 큰 부담이란 입장이다. 신월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분 106억원을 전체 조합원 120여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9000만원에 가까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시공사가)일반 분양자들을 볼모처럼 잡고 있는 탓에 조합은 이중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동양건설산업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업시행자(조합)에 행사한 유치권이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추후 발생할 유사한 분쟁의 해결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원자잿값이나 인건비 등 공사에 들어가는 물리적 비용 자체가 늘어 불가피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는데도 시행사가 이에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 시공사는 유치권 행사 등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시공사가 시행사와의 계약 이행을 위해 집을 짓는다면 조합은 입주자를 위해 재건축에 나선 것이어서 조합이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답은 소송밖에 없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미지급된 공사비 채권이 있다면 조합이 이를 변제하고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해서 다퉈야 하는데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 입주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일반 분양자들은 추후 조합에 입주 지연 사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앞서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 재개발) 일반분양자 194명이 조합 사정으로 입주 1년이 넘도록 등기를 하지 못하자 법원에 조합을 상대로 등기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바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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