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사 4개월째 중단” KT, 윤경림 사퇴에 우왕좌왕… 이사회 개편하고 원점에서 시작해야

윤진우 기자 2023. 3. 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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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 내정자 사퇴 공시로 밝혀
사내이사 후보 2명 자격 자동 폐기
31일 주총서 사외이사 3명 연임 그대로
직제상 1순위 박종욱 사장 등 대행 가능성
”임원 인사 4개월째 중단, 경영 전략 멈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 사옥./뉴스1

KT가 윤경림 대표이사 내정자 사퇴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구현모 대표에 이어 지난 7일 선임된 윤 내정자까지 20일 만에 사퇴하면서 재계 서열 12위, 임직원만 2만명이 넘는 KT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27일 KT는 윤 내정자의 사퇴를 공식화했다. 윤 내정자는 지난 22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런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이 구 대표에 이어 윤 내정자까지 물러날 경우 차기 대표 인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고, 나아가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막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윤 내정자를 설득했다.

하지만 윤 내정자의 결심이 지난 주말을 지나는 동안에도 꺾이지 않았고,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면서 최종 사퇴로 마침표를 찍었다. 윤 내정자가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 선임의 건은 제외하기로 공시했다. 동시에 새로운 대표 후보자를 물색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윤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신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송경민 KT SAT 사장,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의 후보 자격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사내이사는 대표가 추천하는 만큼 대표 내정자가 사퇴할 경우 정관에 따라 자동으로 추천이 무효가 되고 안건은 폐기된다. 이날 KT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총 소집결의를 공시했다.

KT 대표이사 내정자로 선임 후 20일 만에 사퇴한 윤경림 사장./KT 제공

윤 내정자는 이사회에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과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표로 선임될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KT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수 있다”라는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조기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 대표에 이어 윤 내정자까지 연달아 물러나면서 경영 공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KT 이사회는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 대표의 임기가 이달 말까지인 만큼 차기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공백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등이 논의된다.

상법에 따르면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대표가 KT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구 대표가 KT 경영 공백을 우려해 대표 자리를 지킬 경우 이달 말 종료되는 임기와 관계없이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대표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구 대표가 이를 고사할 경우 정관에 따라 직제 규정이 정하는 순서로 대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직제상 1순위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고, 2순위는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이다. 이들 미등기 임원 중 1명이 대표 직무를 대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전망이다.

구 대표에 이어 윤 내정자까지 사퇴하면서 KT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 후보 추천은 이사회 논의로 이뤄져야 한다. 윤 내정자 사퇴에 대한 KT 이사회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기존 이사회의 대표 후보 추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 노조와 여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 사외이사 3명이 재선임될 경우에도 총 10명의 이사 가운데 6명만 구성돼 재공모 추진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이사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이 무산될 경우 남은 3명의 사외이사가 대표 후보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만 KT는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재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서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 내정자 사퇴 공시에서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결국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사회를 대신할 비상대책기구를 꾸려 이사회에 대한 개편부터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KT 안팎의 주장이다. 이사회를 개편해 새로운 대표 내정자를 선임해야 정치권의 ‘기득권 카르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KT 내부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다. 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기구를 통한 이사회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나왔어야 할 임원 인사가 4개월째 중단되면서 조직 개편 등이 미뤄지는 등 사실상 경영 전략이 멈춘 상태다”라며 “경쟁사는 뛰어가고 있는데 KT만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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