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안소요 “송혜교 작고 여려, 동은 그 자체더라” [EN:인터뷰①]

김영재 2023. 3. 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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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영재 기자]

배우 안소요가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얼굴을 알렸다.

지난 3월 10일 최종 공개된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안소요는 극 중 문동은(송혜교 분)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박연진(임지연 분) 패거리의 피해자 김경란 역을 연기했다.

안소요는 22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전에 없던 반응에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한테까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앞으로 더 잘될 거야' 같은 응원 문자를 받았어요. 앞으로 경란이의 앞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분들의 공감도 인스타그램 DM으로 종종 받고 있고요."

그간 '파리의 연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 여러 히트작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더 글로리'. 안소요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했다면서도 경란 역의 상처에 더 마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께 경란이에 관한 배경지식을 듣고 가슴이 엄청 아팠어요. 그래서 말씀드렸죠. '저 이 역할 너무 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요'라고."

하지만 캐스팅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첫 오디션이 끝나고 안길호 PD는 '연기는 좋지만 외모가 너무 어려 보인다'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소요는 "'잘 안됐구나' 싶었는데 두 번째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나이 들어 보이게 화장을 진하게 하고 갔다"며, "1차 오디션에서는 혜정과 사라 대사를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공장 동생 구성희(송나영 분) 대사를 연기해야 하더라. 부랴부랴 화장 지우고 옷도 갈아입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 보여서 역할이랑 안 맞네요'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무명의 패기였을까? 감독에게 안소요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연기는 해보겠습니다." 무작정 대사를 읽었고, 그렇게 기적이 일어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안소요는 기회를 스스로 쟁취했다. 그는 "그 모습을 좋게 보셨나 보더라. 내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경란 역을 제안해 주셨다.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극 특성상 경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 이서영과의 닮은꼴이 화제였다. 안소요는 "어느 날 감독님께서 보자마자 '경란이다!' 싶은 배우가 있어서 그 배우를 아역으로 뽑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작품이 공개되고 봤더니 내가 보기에도 나랑 많이 닮았더라. 표정까지 비슷하더라"고 답했다.

'더 글로리'는 배우 송혜교의 첫 복수극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주인공 동은을 연기한 선배 송혜교와의 만남에 관해 안소요는 현장서 처음 만나고 바로 동은을 떠올렸다며 덕분에 이심전심으로 함께 연기했다는 감사를 전했다. "작고 여린데 아름답기까지 한 선배님께서 무뚝뚝하고 단호한 어조로 동은을 연기하시는데, 그 모든 게 동은의 상처받은 마음을 가리기 위한 방어 기제라는 게 보이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선배님이 아니라 그저 동은으로만 보였던 거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도 연진 패거리의 갑질을 견뎌야 했던 경란. 그에게서 손명오(김건우 분)의 머리를 내리친 술병을 건네받은 동은은 "나는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 있지 않으니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 있지 마라"고 부탁한다.

안소요는 비로소 진짜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란의 앞날을 예상했다. "아마 동은이가 경란의 마음에 어떤 큰 파도를 일으킨 거 같아요. 모든 게 끝났으니 비로소 경란이는 자신의 인생을 살 테죠. 과거를 하나하나 복기하면서 잃어버린 나를 서서히 찾아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나이는 들었지만 다시 고등학생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죠.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탐구하는 그 과정이 마냥 행복하고 꽃피는 시간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힘들더라도 자기 길을 잘 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극 중 배역 경란과 실제 나이가 같은 안소요는 최근 많은 이들이 그를 "경란아" 하고 부른다며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그런 친근한 말을 들으면 왠지 그분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한 착각마저 들죠. 마음이 열리고 마치 내가 경란인 것처럼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하곤 해요."

그러면서 안소요는 "사람들이 경란이를 응원할 때마다 나와 경란이 동일시되곤 한다. 그때마다 나도 앞으로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활짝 웃었다.(사진=킹콩by스타쉽 제공)

뉴스엔 김영재 march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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