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100만 년 전 변화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

심영구 기자 2023. 3.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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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연구 혁신을 위한 미래 기술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이주한 극지연구소 미래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


극지과학 연구는 대부분의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술의 개입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가져다준 극지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와 파급 효과는 첨단 기술이 과학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지 연구는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관측 연구들이 많아 시·공간적으로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연중 관측이 필요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혹한과 통신 등 인프라 지원이 전혀 없어, 관측과 탐사를 위해서는 자동관측 시스템과 배터리(에너지), 실시간 데이터 회수를 위한 통신시스템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의 이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과거 100만 년의 기억을 탐사하려면

남극의 빙하는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극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연구대상이다. 최근 극지 과학 이슈 중 하나는 과거 100만 년 이상의 기후변화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심부빙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빙하의 두께나 내부 특성을 탐사하고, 빙하 분석을 위한 빙하 코어를 시추하는 등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최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한 연구 분야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빙하는 내부에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겹겹이 쌓인 눈의 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두께가 100만 년 기후변화를 담기에 충분한, 최소 2,000미터 이상이어야 하며 하부 지각과 경계에서 용융이 없어야 과거 기후변화 연구에 적합하다. 이와 같은 빙하 특성과 빙하 하부 지형은 주로 빙하레이더 탐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극지연구소에서는 헬기에 장착하여 3,000미터 이상의 빙하를 탐사할 수 있는 빙하레이더를 만들어 빙하탐사를 수행하였다. (▶ 참고 : 그림 1, 1-1)

그림 1 : 헬기에 장착된 빙하레이더 사진. 이 장비를 이용하여 빙하 두께와 하부 구조를 연구할 수 있다.


그림 1-1 : 빙하레이더를 이용한 빙하탐사 결과 그림. 빙하 표면에서 약 2,000미터 부근에 강한 반사면이 빙하와 지각의 경계면이다.


이렇게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빙하 하부에 얼지 않은 호수(빙저호)의 존재를 밝혀내, 대한민국 빙저호 연구를 시작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또한 얻어진 데이터들을 이용하여 남극 전체 빙하 하부 지형도를 제작하는 국제 컨소시엄인 BEDMAP3에 참여하여 빙하와 관련된 국제사회 연구 그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참고 : 그림 2)

그림 2 : BEDMAP 컨소시엄에서 빙하레이더를 이용하여 빙하 두께 등을 탐사한 측선을 보여줌. a : BEDMAP1 / b : BEDMAP2 / c : BEDMAP3 / d : BEDMAP1,2,3을 모두 합친 데이터. 우리나라는 BEDMAP3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하였다. (참조 : Fremand 등 2023년)


최근에는 더 넓은 지역을 탐사할 수 있도록 '항공기용 빙하레이더'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개발된 레이더를 항공기 (▶ 참고 : 그림 3, 3-1)에 장착하여 향후 내륙기지 후보지가 될 지역에 대한 탐사를 수행할 것이다.

그림 3 : 빙하레이더를 항공기에 장착하기 위해 캐나다 항공사 캔보락에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 뒤에 보이는 비행기 날개에 빙하레이더 안테나를 장착할 계획이다.


그림 3-1 : 항공기에 장착한 빙하레이더 안테나 모델


극지에서 기후 온난화에 대한 극지의 반응 등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상관측이나 지진(빙진), 빙하의 유동 등의 관측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극지에서는 혹한 기후와 전력, 통신 등의 인프라가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연중 실시간 관측이 불가능하고 장비의 고장도 대처하기 매우 어려웠다. 또한 K-루트 개척과 같이 남극 내륙에서 빙하 위를 이동하거나 연구할 때 크레바스와 같이 빙하의 갈라진 틈을 만나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 (▶ 참고 : 그림 4)

눈에 보이는 경우라면 이를 피해서 이동할 수 있지만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없는 크레바스가 눈에 살짝 덮여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면 그 위를 이동하는 사람이나 장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림 4 : 숨겨진 크레바스 위를 이동하던 설상차가 크레바스 틈에 빠진 모습 (출처 : K루트 탐사대 제공)


극지연구소에서는 해양수산부와 과기부, 산업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부처 사업인 '극한지 관측 및 빙하용 협동 이동체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극에서 연중 데이터를 관측하고 실시간으로 관측된 데이터를 장보고과학기지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극지의 최악의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관측 장비, 극한지 통신, 극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까지 남극에서 이 시스템의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극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로봇이 자동으로 장비를 유지보수하여 남극에서 끊김 없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극지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 그림 5)

그림 5 : '극한지 관측 및 빙하용 협동 이동체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 모식도. 기지 주변 반경 50km 내에서는 개발된 통신을 이용하여 준실시간 원격 관측이 가능하다.


최근까지는 남극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눈에 덮인 숨겨진 크레바스를 찾는데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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