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주당 방송법 폭주와 방송장악 꼼수

2023. 3.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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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K-콘텐츠의 경쟁력을 각인시켜준 작품인 '오징어게임'이나 '더글로리' 등은 빈부 격차, 학교폭력 등 지구촌 대다수의 나라가 안고 있는 어두운 이슈를 리얼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만 볼 수 있는 두 드라마에는 욕설과 폭력, 선정적 장면이 난무하는 등 국내 방송용으론 문제가 될 소지가 너무 많아 비판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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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세계에 K-콘텐츠의 경쟁력을 각인시켜준 작품인 ‘오징어게임’이나 ‘더글로리’ 등은 빈부 격차, 학교폭력 등 지구촌 대다수의 나라가 안고 있는 어두운 이슈를 리얼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만 볼 수 있는 두 드라마에는 욕설과 폭력, 선정적 장면이 난무하는 등 국내 방송용으론 문제가 될 소지가 너무 많아 비판 목소리도 높다. 이런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콘텐츠들로 인해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가 새삼 강조된다. 또,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범사회적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당위성도 요구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 주도로 단독 의결해 통과시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안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고자 한 방송 민주화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무시한 절차적 비민주성뿐만 아니라, 개정법안의 내용 곳곳에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언론노조) 방송장악법’이라고까지 비판한다.

이 법안의 핵심은 KBS·EBS의 이사회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KBS와 MBC의 이사회는 정당에서 추천한 11명과 9명의 이사가 있는데, 이를 각각 21명으로 늘려 여야 추천 비율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기관과 단체의 추천을 받아 의사결정을 하게 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이사회 구성 방식인 여야 7 대 4로 이사를 추천하면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나름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안(案)의 모델로 삼은 독일의 공영방송인 ZDF ‘방송평의회’는 사회·종교·직능 단체 등 대의원 구성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안에는 미디어와 방송 관련 단체들로만 대상을 넓힌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마저도 이들의 과거 활동을 볼 때 친(親)민주당적 성향을 보여 주고 있어 ‘신(新)방송장악’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결국, 이들 단체와 연대해 민주당에 유리한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 법안의 상정을 철회하고 여당과의 논의를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야당이 된 지금에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특정 집단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날치기 아닌 여야 합의를 통해 개정돼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라는 부담을 주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해외 OTT 사업자가 국내 방송시장을 점점 장악해 오는 절박한 상황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통해 국내 방송산업을 지킬 마지막 기회를 망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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