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BS 주말극은 다를까... '진짜가 나타났다'에 쏠린 시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3. 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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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는 과연 이 시대의 찐가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가 새로 시작했다. 제목은 <진짜가 나타났다!>. 여기서 '진짜'는 중의적 의미다. 남자친구 김준하(정의제)와 헤어졌지만 덜컥 임신을 하게 된 오연두(백진희)가 뱃속 태아의 태명을 진짜라 부를 거라는 것.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 주말극이 소재로 가져온 건 임신, 출산, 육아다. KBS 주말극이 시대에 달라진 가족 서사를 그려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소재가 갖고 있는 의미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출생률이 해마다 급감하는 한국은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빠르게 많아지며 심각한 인구 감소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도 포기해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결혼이 갖는 관계의 피로 때문에 아예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을 해도 육아와 경력단절 같은 문제들이 여전해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그러니 <진짜가 나타났다!> 같은 주말극이 소재로 임신, 출산, 육아의 문제를 갖고 온 건 흥미로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주말극의 메인 서사는 김준하가 바람을 피워 헤어지게 됐지만 임신을 하게 된 오연두와, 비혼주의자지만 배다른 아들이라는 이유로 잘 나가는 꼴을 보지 못하는 할머니 은금실(강부자)이 강제로 원치 않는 결혼을 시키려 하자 이를 피하려는 공태경(안재현)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얽히는 이야기다. 스토리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계약 결혼'이 펼쳐질 예정이고, 공태경은 결혼을 피하기 위해 또 오연두는 친아빠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 거짓 결혼의 계약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연두와 공태경의 계약 결혼이라는 메인 줄기에 이들 사이에 끼어드는 장세진(차주영), 김준하가 만들어내는 4각 구도의 갈등이 더해진다. 장세진은 은금실의 강권은 물론이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공태경과 결혼을 하려는 인물이고, 오연두의 헤어진 남자친구 김준하가 바람이 난 인물이 바로 그다. 그래서 장세진은 공태경을 김준하는 장세진에게 구애하는 엇갈린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이들 관계 속에서 '진짜'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이처럼 오연두의 아이를 두고 친부지만 배신을 한 김준하와 계약으로 맺어진 거짓 아빠지만 친부처럼 행세하다 진짜 연인이자 부부가 되어가는 공태경을 비교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아직 본격 서사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에 싱글대디가 된 오연두의 남동생 오동욱(최윤제)이나 잘 나가는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왔지만 아이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염수정(윤주희)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해질 예정이다.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양태의 소재들이 인물들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소재나 인물 구도에 있어서는 충분히 흥미로운 면이 있지만 <진짜가 나타났다!>에 드리워진 의구심도 적지 않다. 그것은 전작이었던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만들어낸 주말극의 피로감과 실망감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친자 확인 소재 하나만 갖고 수개월을 질질 끌다가 뒤로 가서는 거의 막장에 가까운 빌런들이 여럿 등장하는 무리수까지 보였던 드라마였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시청률이 목표치였던 30%대를 끝내 넘기지 못하고 종영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KBS 주말극에는 어느 정도 시청자들이 용인하는 클리셰들이 존재한다. 현실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가족 서사를 그리는 시간대의 드라마고, 또 시청 연령대도 높은 편이라, 다소 익숙한 혼사 장애나 과하지 않은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들이 양념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극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뻔한 코드와 클리셰를 범벅하고 개연성조차 납득되기 어려운 서사에는 제 아무리 콘크리트 시청자들이라도 외면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진짜가 나타났다!>에 쏠린 시선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오래도록 유지되어 왔던 KBS 주말극의 전통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를 가늠하는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벌써부터 빌런의 향기를 품어내는 은금실 같은 인물이 주는 불안감이 있지만, 일단 소재는 나쁘지 않다. 그저 시청률 같은 양적 수치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이 소재를 통해 하려는 이 시대의 '찐가족'을 보여주려는 질적인 면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유일하게 남은 주말 가족드라마의 '진짜'라는 걸.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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