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던 ‘프로 불편러’는 왜 이웃을 돕게 되었나···‘오토라는 남자’[리뷰]
‘오토’(톰 행크스)는 요즘 말로 하면 ‘프로 불편러’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는 오토는 지나가는 곳곳을 향해 지적을 한다. 원칙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늘 화가 나 있다. 회사에도 퇴직을 신청했다. 매일 갈 곳이 없어진 그가 세상을 등지려고 한다. 죽으려는 준비를 마친 순간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새로 이사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 애교 많은 마리솔은 따뜻한 멕시코 음식을 들이밀며 사다리를 빌려달라고 한다. 멕시코에서 이민온 마리솔은 배 속 아이까지 모두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오토는 투덜대면서도 도와줄 건 또 다 도와준다. ‘츤데레’(겉으로는 엄한 척하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가 따로 없다. 남편도 안 가르쳐주는 운전을 마리솔에게 가르쳐주는 오토. 이제 오토는 과연 세상을 등질 수 있을까.
<오토라는 남자>(감독 마크 포스터)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리크 배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가 원작이다. 전 세계에서 8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는 이웃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따스한 ‘봄날’ 같은 영화로 태어났다.
영화는 오토가 왜 이렇게 까칠해졌는지 옛날 수첩을 들추는 느낌으로 그의 청년 시절을 보여준다. 가진 것 없는 오토는 아내 ‘소냐’를 만나면서 세상을 달리 보게 됐다. 그에게 소냐는 인생의 전부였다. “소냐를 만나기 전엔 삶이 흑백이었어. 소냐는 컬러였지.” 소냐를 통해 지금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된 이웃과도 친해졌고 세상의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아이가 생기고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한 오토와 소냐. 젊은 부부에게 사고가 닥치며 시련이 찾아온다. 젊은 시절 오토는 톰 행크스의 아들 트루먼 행크스가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독거노인 오토뿐 아니라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 뇌졸중과 파킨슨병 등 질병으로 힘겨워하는 노부부,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소수자들을 비춘다. 제각각 살던 이들은 부동산 회사라는 ‘거대 자본’에 맞서고 소셜미디어의 힘으로 하나로 뭉친다. 오지랖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리솔의 애교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죽음을 선택하려던 사람이 시나브로 변해가는 감동 가득한 이야기다. 상영시간 126분. 29일 개봉한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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