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굽는 AI 미트봇 한 대면, 인력 4명 대체 가능하죠”

2023. 3. 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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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 개발
지방 함량·원육 상태등 인식
최적 조리온도·시간 능동적 파악
외식업계 구인난 해결 일조 기대감
류건희(왼쪽) 피플즈리그 대표가 개발한 고기굽는 로봇 ‘미트봇’. 직육면체로 잘린 삼겹살들이 톱니 모양의 불판 위로 올라가는 모습 [안경찬 PD]

“당기는 맛이 있네, 로봇 대단하네. 사람 어떡하냐.”

이젠 로봇이 삼겹살까지 구워주는 시대다. 공장을 벗어나 일상 속으로 파고든 로봇, 이젠 심지어 삼겹살 굽는 일까지 로봇이 대신해준다. 1분 만에 소고기를 굽고, 삼겹살 세 근을 구워내는 데에도 4분이면 족하다.

그럼 맛은 어떨까? 실제 로봇이 구운 삼겹살과 사람이 구운 삼겹살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동일한 부위, 크기 삼겹살 300g을 동시에 구워 블라인드 형식으로 서울 관악구 일대 주민에게 맛을 물었다.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진짜 로봇이 구운 게 맞느냐”고 수차례 되묻기도 했다. 총 9명의 시민에게 물어본 결과, 로봇이 구운 삼겹살이 더 맛있다는 시민이 다수였다.

흥미로운 건 맛있는 삼겹살을 로봇과 인간 중 누가 구웠을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의견은 엇갈렸다. “맛있으니 로봇”이란 시민도 있는 반면, “맛이 없으니 로봇이 구운 것 아니냐”고도 답한 시민도 있었다.

조리로봇의 기술력을 이 사회에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로봇이 사람보다 더 요리를 잘할지 못할지 아리송하다. 다만, 로봇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시식하면, 맛으론 로봇이 나았다는 점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미트봇’. 통상 생각하는 로봇과는 형태가 다르다. 일정한 크기로 잘린 원육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톱니 모양으로 맞물리는 불판에서 구워진다.

외형은 단순하지만 실력은 그렇지 않다. 이게 로봇인 가장 큰 이유도 고기에 맞춰 최적화된 조리를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방 함량을 비롯한 원육의 상태를 인식, 최적의 조리 온도와 시간을 정한다.

카메라 센서로 고기를 인식하면 미트봇은 AI로 어떤 고기인지, 지방과 단백질 비율, 마블링 정도를 수치적으로 바로 추출할 수 있다. 이 값을 바탕으로 조리 온도와 시간이 결정된다.

원육들이 네 개의 불판 중 빈 곳으로 배치돼 구워진다. 온도 센서로 일정한 온도가 유지하면서 위아래 양쪽이 톱니로 된 불판으로 원육의 네 면을 동시에 굽는다. 이는 중심으로부터 각 표면까지 동일한 온도 조건을 가하도록 최적화된 설계다.

정해진 조리 시간이 끝나면 위아래로 맞물렸던 불판이 떨어져 고기를 뱉어낸다. 잘 구워진 고기를 잘 담아내기만 하면 끝이다.

미트봇을 개발한 피플즈리그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미래 육류 외식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이 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실제 매장을 운영하며 미트봇의 경험치를 축적시키는 중이다.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는 “미리 지정된 일련의 동작들을 단순 반복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게 미트봇의 차별점”이라며 “사람의 조리 과정과 가장 유사하게 모방했다”고 설명했다.

삼겹살을 기준으로 4분 안에 2㎏, 한 시간 내에 최대 110인분을 조리할 수 있다. 한대 가격은 3000만원 선이며, 이 한 대로 인력 4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향후 자동화율을 80%까지 올리면 주문을 인식해 냉장고에서부터 조리 완성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 사람은 고기를 포장하거나 옮겨주는 역할만 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외식업계에서 점차 미트봇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게 류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외식 산업은 웬만한 제조업 못지않게 매우 거대한 시장인데 운영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인건비가 저렴했던 과거와 달리 점점 심해지는 구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에 맞는 온도와 시간 모두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게 맛의 장점이고, 주문이 밀리거나 바쁠 때에도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도 있다.

류 대표는 “1인 가구가 밀집한 서울 관악구에 테스트베드 매장을 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향후 지방 함량이나 고객이 원하는 고기 굽기 등까지 구분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상수·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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