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처럼 언젠가 ‘하차’하는 게 인생[주철환의 음악동네]

2023. 3.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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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노래와 거리가 멀다.

아, 담을 쌓아도 노래는 침투하는구나.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지금부턴 노래채집가의 분량이다.

'내려보는 사람도 위를 보는 사람도 어차피 쿵짝이라네'('네 박자') '오늘 하루 힘들어도 내일이 있으니 행복하구나'('유행가') 이번에 꿈을 못 이루고 다음 오디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약이 될 만한 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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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송대관 ‘차표 한 장’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노래와 거리가 멀다. 대중가요랑은 아예 담을 쌓고 산다. 근래의 트로트 열기를 기후변화(이상고온)처럼 느끼는 사람이다. 유도 신문한 것도 아닌데 대화 도중 그가 신기한 고백을 했다. 노래 제목은 모르는데 이상하게 가끔 입에서 맴도는 노랫말이 있다는 거다. 아, 담을 쌓아도 노래는 침투하는구나. 고상한(?) 취향의 입에서 뜻밖에도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묘한 중독성이 있는 가사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지금부턴 노래채집가의 분량이다. 멜로디에 리듬을 싣고 감정을 이입해 노래 일발을 장전한다.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송대관 ‘차표 한 장’)

‘차표 한 장’은 인생길에 상행선도 있고 하행선도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중요한 건 계속 그 열차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때는 알 수 없어도 언젠가 겸손하게 하차해야 한다. 서울법대 출신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가수가 있다. 최초의 가수왕(1966)이기도 했던 그가 남긴 질문을 경청하자.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최희준 ‘하숙생’) 최희준(1936∼2018)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닐 세다카(1939년생)의 오리지널 곡 중에 ‘원 웨이 티켓’이 있는데 그 가사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노래 속에서 차표 한 장이 데려다주는 역 이름은 ‘우울’이고(one way ticket to the blues) 잠시 머물 숙소 이름은 ‘상심’(stay at heartbreak hotel)이다.

노래는 잠시나마 우울과 상심에서 우리를 건져낸다. 대중문화연구자(김창남 교수)에게서 흥미로운 추억담을 들었다. 각색하면 이렇다. 고등학생 때 여길 가도 이 노래, 저길 가도 이 노래가 들린 적이 있었다. 이른바 대중가요 하나가 대한민국을 공습한 형국이다. 공연히 반감이 들고 노래가 들릴 때마다 애써 귀를 닫았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날 어머니가 외출하시면서 방 청소 좀 하라고 시켰는데 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자신도 모르게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거다. 문제의 ‘그 노래’는 바로 송대관의 ‘해 뜰 날’이었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새해 들어 오디션 우승자가 두 명(손태진, 안성훈) 탄생했다. 그야말로 ‘해 뜰 날’을 맞은 사람들이다. 걸어온 길이 다르니 걸어갈 길도 다를 것이다. 지금은 그냥 이름표 위에 성적표를 붙인 정도다. 누가 간 길을 뒤따라만 가면 그는 추종자 혹은 추격자에 불과하다. 이젠 자신의 시간표를 짜야 할 순서다.

해가 떴다고 인생이 뜨는 건 아니다. 해가 뜨면 먼저 물을 마셔야 산다.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김광석 ‘나의 노래’) 음악동네에서 이름표 아닌 이정표를 세우려면 샘물 같은 ‘나의 노래’가 있어야 한다.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대중은 가창력 있는 사람의 이름보다 호소력 있는 노래의 제목을 기억한다. 그래서 가수에겐 자신의 오리지널 히트곡이 꼭 필요하다. 오디션에선 남의 노래를 불러도 콘서트에선 나의 노래를 불러야 진짜 가수로 인정받는다.

송대관은 확실한 ‘나의 노래’를 여러 곡 가진 가수다. 노랫말마다 서민적 체취가 풍긴다. ‘내려보는 사람도 위를 보는 사람도 어차피 쿵짝이라네’(‘네 박자’) ‘오늘 하루 힘들어도 내일이 있으니 행복하구나’(‘유행가’) 이번에 꿈을 못 이루고 다음 오디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약이 될 만한 노래도 있다. ‘괴롭다 하지 않고 서럽다 울지 않으리 세월이 흐르면 상처의 아픔도 잊어버린다 이 슬픔 모두가 세월이 약이겠지요’(송대관 ‘세월이 약이겠지요’)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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