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부 무력' 입법 반대한 국방장관 해임…시위에 20만
"네타냐후가 국가 안보에 위협…독재 선택"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에 반대하는 국방장관을 해임하며 이스라엘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은 국방장관의 해임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졌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의 이번 결정은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현한 정부 고위직 인사를 내친 첫 번째 사례다.
갈란트 장관은 전날 밤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우리의 아들과 딸을 위해 입법 절차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며 사법개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그는 이번 입법안이 단행될 경우 이스라엘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부 무력화에 반대하며 동원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시위가 장기화했을 때 군사 공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해임 통보 이후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는 항상 내 인생의 사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갈란트 장관의 해임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20만 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는 텔아비브의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했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예루살렘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 근처에서 바리케이드를 친 시위대를 밀어내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텔아비브에서 32명, 카르쿠르에서 9명, 예루살렘에서 3명 등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경찰은 민주적인 시위권을 허용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소요와 정부 상징물을 훼손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립 내각의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는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고, 모든 안보 관련 인사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반(反) 시온주의 정부의 새로운 저점"이라며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규탄했다.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자 야당 의원인 베니 간츠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오늘 밤 네타냐후는 정치와 자신을 안보보다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국방장관을 지낸 아비그도르 리버만도 "네타냐후의 갈란트 장관 해임은 독재"라며 "네타냐후는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 아사프 자미르는 네타냐후 총리의 갈란트 장관 해임 결정에 맞서 사의를 표했다. 그는 트위터에 사직서를 올리며 "나는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이 우리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법치를 위협한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입법안의 핵심은 국회의 대법원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 확보다. 이스라엘에서 대법원은 국회의원과 총리를 견제하는 유일한 기관이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는데, 이번 안에는 대법관 임명권을 사실상 정부에 위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인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와 마찰이 잦았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 수수 등 부패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만큼 사법권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뇌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뒤 2020년 5월 이스라엘 역대 총리 최초로 법정에 섰다.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우파 블록에서는 대법원이 좌파 엘리트로 채워져 있으며, 종교와 민족주의적 측면에서 우파로 선회하려는 국가를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법조계에서는 개혁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에 기존보다 야권 사법부 구성원들을 더 많이 넣도록 하는 등 한 발짝 물러난 제스처를 취했지만, 입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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