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9년째 “완전 자율주행” 거짓말... 고집불통에 속고 있다 [박건형의 홀리테크]

박건형 테크부장 2023. 3. 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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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아이언맨... 알고보면 독재자, 자율주행은 아직 멀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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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창업가이자 혁신가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번 돈으로 결제업체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고, 매각 대금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세웠습니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맨 앞에서 이끌었고, 직접 디자인한 로켓과 우주선으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개척했습니다. 챗GPT를 탄생시킨 오픈AI의 최초 창안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사람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뉴럴링크’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을 닮은 로봇 ‘테슬라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세계는 물론 우주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 사업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마치 모든 분야의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현실에 다시 태어난 듯한 업적들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 결국 이뤄내는 머스크를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 비견하는 열성팬도 많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영악한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트윗 한 줄로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테슬라 주가를 끌어 올리는가 하면 뜬금없이 화염방사기를 만들어 한정 판매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도 했죠.

머스크식 경영 전략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일단 거창하고 원대한 미래 사업 비전을 공개한다. 그 비전이 현실화될 때까지 조금씩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 테슬라 전기차 생산이 그랬고, 중저가 모델인 모델3 양산이 그랬고,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역시 그랬습니다. 머스크는 단 한번도 시간은 지키지 못했지만 결국에 목표는 달성하곤 했습니다. ‘머스크가 가는 길은 새로운 길이고,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대중과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을 인내했습니다.

물론 값싼 가격에 멋진 태양광 지붕을 보급하겠다는 ‘솔라루프’나 초고속 지하 터널을 뚫어 도심의 교통혼잡을 해결하겠다는 ‘보링 컴퍼니’처럼 용두사미가 된 프로젝트도 여럿 있습니다. 시속 1000km가 넘는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도 아직 실체가 없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보링 컴퍼니의 '베가스 루프'를 통해 테슬라 차량이 운행되는 모습.

최근 외신과 투자자 사이에서 또다시 머스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지난해 인수한 트위터 얘기는 아닙니다). 머스크가 아주 오래 전부터 투자자와 구매자들에게 약속했던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죠. 특히 2014년 머스크가 이 기술을 처음 제안한 뒤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은 이유가 머스크의 독단적인 판단과 고집 때문이고, 수많은 운전자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FSD 구상이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단언합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테슬라 주주들이 “테슬라가 지난 4년간 허위 및 오해의 소지가 있는 완전자율주행 진술로 사기를 쳤다”면서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앞서 미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교차로 주변에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완전자율주행 베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테슬라 차량 36만2000대에 리콜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창사 이래 한번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는 테슬라지만 심상찮은 조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머스크가 줄기차게 약속하고 있는(심지어 그때마다 주가가 껑충 뛰었던)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FSD은 왜 현실화되지 않는 것인지, 이 과정에서 테슬라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져 왔는지 살펴봤습니다.

◇사람보다 두배 안전한 자율주행

2016년 10월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는 “2017년 말이면 테슬라 차량은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 모드로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욕 타임스퀘어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2016년초 머스크는 이 목표가 2018년까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계획을 1년을 앞당긴 것이죠.

핸들에서 손을 뗀 채 달리는 차 안에서 뒤로 누워 편하게 이동하는 모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거의 끝났다"며 "앞으로는 졸음운전이란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제공)

이 기자회견은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pilot)’의 차세대 버전 발표와 함께 이뤄졌습니다. 머스크는 “앞으로 생산되는 테슬라 차량에는 이 오토파일럿이 탑재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자율주행을 위한) 각종 규제가 마련되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사람 운전자보다 두배는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테슬라 차량에는 최대 250미터 범위에서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8개의 서라운드 카메라가 장착됐고, 12개의 초음파 센서와 극한의 기상 조건에서도 작동하는 전방 레이더도 탑재됐습니다. 유일한 걸림돌은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없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머스크의 장담은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4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는 “내년이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다시 발표합니다. 심지어 테슬라 차주가 자신의 자율주행 차량을 에어비앤비처럼 빌려주고 이용요금을 받는 ‘테슬라 네트워크’도 구축하겠다고 했습니다. 테슬라 한 대를 갖고 있으면 연간 최대 3만달러(약 39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도 했죠.

이때는 이미 시장에서 머스크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코웬의 애널리스트 제프 오스본은 “머스크의 발언은 언젠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FSD 옵션을 구매하도록 소비자들을 부추기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FSD의 가격은 8000달러였습니다. 머스크는 “오늘날 테슬라가 아닌 다른 차를 사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3년 후에는 테슬라 소유가 마치 말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근슬쩍 2022년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겁니다.

◇9년 동안 “내년이면 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2022년에도 테슬라는 여전히 사람이 운전했습니다. 머스크는 2022년 다시 “지금부터 1년 이내에 차량에 있는 사람의 모니터링이나 별도의 조작이 필요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머스크가 처음 완전자율주행의 비전을 공개한 것이 2014년이었습니다. 무려 9년 연속으로 “자율주행은 내년이면 된다”고 해온 것이죠. 이쯤되면 믿는 사람이 바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 사이 FSD의 가격은 1만50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사실 완전자율주행을 장담한 뒤 현실화하지 못하는 것은 머스크와 테슬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중국 바이두, 인텔의 모빌아이, 심지어 현대차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아직 언제될 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이미 사라진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프로젝트와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웨이모

하지만 ‘테슬라’와 ‘머스크’는 이들과 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재활용 로켓이나 우주 인터넷 같은 도전에도 성공한 머스크이니 자율주행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매년 속으면서도 머스크가 자율주행을 언급할 때마다 테슬라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그 사이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이 됐습니다.

◇라이다·레이더 버린 테슬라

머스크는 다른 자율주행업체들과 기술에 대한 철학이 다릅니다. 다른 업체들은 최대한의 첨단 장치를 동원해 어떻게든 안전하고 민감한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려고 합니다. 외부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달고 시내를 주행하는 웨이모의 차량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머스크는 테슬라가 다른 차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밖으로 튀어 나오는 센서나 카메라는 ‘자동차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컨셉을 망치는 일이라는 것이죠.

가장 먼저 버린 것이 라이다(Lidar)였습니다. 라이다는 레이저 빛을 발사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의 크기·거리·속도를 측정하고 물체의 형태를 모니터에 입체 이미지로 구현해줍니다. 카메라나 레이더 센서에 비해 기상 조건이나 밤낮의 영향을 덜 받는 자율주행의 필수 장치로 여겨져왔죠.

중국 로보센스가 생산하는 128빔 라이다 RS-루비 플러스 제품. /로보센스

하지만 머스크는 레이더와 카메라만으로 충분히 안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머스크는 라이다를 “비싸고, 중복되는 바보 같은 존재”라며 “완전히 공짜에 쓰라고 해도 테슬라 차량에 라이다를 장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2021년에는 레이더까지 제거합니다. 이미 출시한 차량의 레이더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먹통으로 만들면서까지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내부인들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레이더는 테슬라의 차량 및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시야가 가려진 경우에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카메라를 보완했습니다. 웨이모를 비롯한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에서는 이 사각 시대를 감지하기 위해 라이더와 레이더를 모두 사용하는데, 테슬라는 둘 다 없애버린 것이죠. 심지어 작년에는 근거리의 아주 가까운 장애물을 감지하는 초음파 센서까지 제거했습니다.

◇레이더 없애자 ‘팬텀 브레이킹’ 급증

테슬라가 2021년 5월 레이더를 제거한 뒤 여러가지 이상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전 22개월 동안 34건에 불과했던 ‘팬텀 브레이킹(주행 중 급제동)’ 사건이 레이더 제거 3개월만에 107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라이더와 레이더가 없기 때문에 사각 지대에 있던 물체나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카메라 기술은 도로에 있는 차량과 보행자, 나무 같은 물체를 감지할 수 있지만 마주치는 장애물의 실제 모양이나 크기를 항상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뒤따라 오는 차량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떤 차량인지는 명확하게 알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긴급 차량과의 충돌도 늘었습니다. NHTSA는 카메라가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같은 밝은 빛을 내는 차량으로 인해 이미지 분석 오류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어떻게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회사들은 철저히 설계된 환경에서 자율주행 데이터를 모으고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머스크는 FSD를 장착한 36만명의 테슬라 사용자들이 주행에 활용하는 인공지능 데이터를 모으도록 했다”고 했습니다. 자사 고객들이 더 많이 오토파일럿을 이용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카메라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테슬라는 이 자율주행용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버팔로 공장에 직원 800명을 고용해 고객들의 차량에서 모은 이미지를 라벨링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차량이 구급차이고, 어떤 신호등은 기차 신호등인지 등을 직접 사람이 입력해 가르치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이 라벨링 직원들의 컴퓨터에는 직원 감시용 소프트웨어도 설치했습니다. 마우스가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 측정이 시작되고 오래 쉬는 직원은 해고하는 식이죠. 결국 이 직원들은 비인간적인 처우를 참지 못하고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체 없는데 ‘거의 다 왔어’만 반복

전현직 직원들은 머스크의 리더십 스타일에 결함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하기도 전에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속도전만을 강요한다는 겁니다. 2022년 2월 내부 동영상을 게시한 뒤 해고된 존 버날은 워싱턴포스트에 “머스크는 계속해서 ‘아,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왔어’라고 트윗한다”면서 “하지만 내부인들은 우리가 심지어 (목표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 중인 테슬라 '모델3'가 갓길에 정차해 있던 경찰차와 추돌한 모습.

2021년 레이더 제거 작업에 참여한 전직 테슬라 오토파일럿 엔지니어도 “그 소프트웨어를 거리에 내놓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차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흐린 하늘, 비, 눈보라, 밝은 햇빛 등에 방해를 받는 카메라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테슬라가 카메라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머스크의 고집 때문인 것으로 분석합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의견에 반박을 용납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칼에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의견 개진조차 쉽지 않은 것이 테슬라 문화라는 것이죠.

테슬라 내부 직원들이 꼽는 자율주행 개발의 난관은 또 있습니다. 바로 머스크의 외도입니다. 머스크는 본업인 테슬라보다 트위터 인수와 구조조정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물론 우주 로켓까지 직접 설계해야 직성이 풀리는 머스크가 자주 자리를 비우니 개발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테슬라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총괄했던 안드레 카파시가 지난해 테슬라를 떠나는 등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테슬라의 비전을 세상에 퍼뜨리는 것도, 망치고 있는 것도 모두 머스크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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