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한의 『현대 중국의 탄생』 “아직 진행중… 공산당의 보수주의와 역동적 현실 간 균열 심화” [김용출의 한권의책]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곧 중화민족의 꿈입니다.” 2주 전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중국의 새로운 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은 2012년 11월29일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 ‘부흥의 길’을 참관한 뒤 특유의 근엄한 표정을 짓고서 이른바 ‘중국의 꿈(中國夢)’ 이야기를 꺼냈다. 민족주의적 서사를 한껏 끌고 간 시진핑의 화두 ‘중국몽’은 세계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의 한 상징이 됐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를 바탕으로 주변국과 군사 외교적 마찰도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 미국과도 전방위적 전략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3년 중국 경제는 세계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8년 3%에서 12%로 4배 이상 늘어났고, 2015년에는 14.8%까지 늘어났다. 명목 국내총생산은 1978년에 비해 75배로 늘어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게 됐다.
30여 년 전 각각 『신중국사』 와 『현대 중국을 찾아서』 를 통해서 중국 이해의 새 지평을 열었던 존 페어뱅크와 조너선 스펜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 클라우스 뮐한은, 최근 중국의 급격한 부상 배후에 있는 역사, 즉 앞선 번영의 시기부터 쇠퇴의 국면과 그 사이의 위기, 지난 세기의 집요한 회복 노력을 알아야 한다며 전통적인 중국 서사를 재검토하고 현대 중국의 역사를 재개념화할 것을 제안한다.
“부상하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그 배후에 있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즉, 앞선 번영의 시기, 쇠퇴의 국면과 그 사이의 위기, 그리고 지난 세기의 집요한 회복 노력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 시작은 과거의 영광과 실패 이면에 있는 이유도 드러낼 것이다.”
즉, 오랫동안 서구 역사가와 사회과학자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서구의 모델과 제도를 채택할 것이라고 믿어 왔지만 최근 중국의 급격한 대두로 이러한 견해가 의심받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현대 중국 서사를 재검토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재개념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1부 ‘청의 흥망’에선 1644년부터 1900년까지 청의 위엄과 함께 지도적 제국이던 청이 19세기 세계적 강국들 사이에서 뒤처지게 된 쇠퇴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강하고, 부유하며, 정교한 유라시아 제국이던 청 제국은 18세가 중반 정점에 도달했을 때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지배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1830년 이후 안으론 태평천국의 난이, 밖으론 아편전쟁으로 나라 주권을 위협받으면서 이중의 위기와 과제 앞에서 급격한 추락에 직면했다. 2부 ‘중국의 혁명들’에선 1900년에서 1949년 사이에 회복과 국가적 각성을 경험하면서 1911년 신해혁명과 공화국 수립, 1928년 난징에서 장제스 주도로 중앙정부 수립, 중일전쟁 등 새로운 공화국 시대의 중국 이야기를 다룬다. 3부 ‘중국 개조하기’에선 1949년부터 1977년 사이 초기 중화인민공화국의 특징과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사회주의 사회로 개조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마지막 4부 ‘떠오르는 중국’에선 1978년 덩샤오핑의 포용적인 경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중국이 어떻게 놀라운 경제적 부흥을 이끌어내는지 살펴본다.
또 하나. 저자는 청제국 말기에 겪었던 민족주의 확산과 새 군사 기술의 출현, 세계적 기후변화 등의 도전은 다른 세계적 제국들 역시 공통적으로 직면한 도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중국 통제를 가능하도록 했던 청의 ‘최소주의 통치’ 원칙이 19세기 중앙과 지방 관계의 불안을 초래하고 개혁과 국민국가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됐다고 분석한 부문 역시 매우 흥미롭다.
결국 저자는 중국의 부상은 아직 부문적이고 미완이며 오히려 부와 권력의 성취에도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현재를 진단한 뒤, 중국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중국은 전통적인 소련 스타일의 공산주의 국가와 멀어졌지만, 사유재산권의 보호가 없고, 국영기업이 여전히 국가 경제의 핵심을 지배하고 있으며,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 전체를 확고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사유재산제와 시장 경제를 가진 민주주의 체제 역시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산당의 정치적 보수주의와 역동적인 사회 현실 간 균열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1978년 이후의 경제적 부상도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한다.
“현대 중국에서의 구조적인 사회적 경제적 전환은 중국과 세계 시장이 조만간 해결해야 할 거대한 부채를 만들어낸, 빠르고 전례 없지만 불균등한 발전의 징후다. 중국 그리고 세계는 결국 더 온건하고 지속가능한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책은 최신 연구 성과와 실증적인 자료를 종합해 정리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서술해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반에 나온 존 페어뱅크의 『신중국사』 ,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 가 선구적 현대 중국 입문서였다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한 이번 책은 새로운 표준 입문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다.
요컨대, 최신 연구 성과를 적극 반영해 체계적으로 종합하면서도 객관성과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새 시대의 중국 현대사 입문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현대 중국을 역사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원제는 Making China Modern: From the Great Quing to Xi Jinping.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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