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은행 이사회의 와인 전문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 3. 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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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3년 3월 한 달 동안 미국 SVB, 시그니처은행, 실버게이트, 그리고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가 부실화되어서 도산 절차를 밟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되게 되었다.

2023년 주주총회 시즌에서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이 큰 이슈였고 사외이사의 은행 경영진에 대한 독립성이 가장 큰 주제였지만 추후 이사회의 전문성도 독립성보다 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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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3년 3월 한 달 동안 미국 SVB, 시그니처은행, 실버게이트, 그리고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가 부실화되어서 도산 절차를 밟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되게 되었다. 해당 국가의 시장감독당국은 비난받고 있고 의회는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해당 금융기관 이사회는 비판과 동시에 소송도 당하게 될 처지다.

학계에서는 은행 이사들의 법률적 책임을 주주들 뿐 아니라 예금보호를 받지 못한 고객들에게도 확장하자는 제안이 있다. 예일대의 리스토킨 교수가 그에 포함된다. 은행 경영진이 은행이 위험해졌을 때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망설이면서 결국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요인을 제거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ESG가 글로벌 화두가 된 지 이제 꽤 되었다. ESG가 표방하는 세 가지 가치는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기술적으로는 G가 가장 우선이다. G는 E와 S를 가동시키는 도구이자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위 금융기관들의 도산은 사회적 안정과 가치를 파괴하는 금융위기가 온다면 은행 지배구조가 그를 방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샌디에고에 본점을 둔 SVB의 경우 사외이사 중 단 1인만이 금융전문가였다. 그리고 그 이사는 리스크관리위원회 멤버도 아니었다. 그 자리는 ‘프리미엄 와인산업에 대한 높은 식견과 경험을 가진’ 사외이사가 대신했다. 물론 SVB는 사업지역의 특성상 와이너리 고객들이 많고 나파지점과 와인사업부도 운영해 이사회에 와인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볼 수는 있다.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은 패션전문가 이방카 트럼프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곳이다. 이 은행 역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이렇다 할 금융전문 사외이사가 없었다.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CRO)은 CEO의 사위였다. 물론, 이런 사례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 은행의 이사회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필요한 곳에 위치해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추가적인 규제가 논의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를 반기지 않고 큰 효과도 없다고 볼 것이다. 오히려 자율규제의 일종인 은행 지배구조의 정비가 우선이다. ‘리스크 센터’라고 불리는 은행의 사외이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 외에 공통적으로 금융업과 리스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을 보면 금융관련 경력이 있는 전관과 법조인, 금융관련 연구와 강의를 하는 교수를 제외한 좁은 의미의 금융전문가 비중이 매우 낮다. KB의 경우 7인 중 2인, 신한은 14인 중 2인, 우리는 8인 중 5인, 하나의 경우 7인 중 2인, 농협은 8인 중 2인 등이다. 여성 금융전문가는 5대 금융지주 전체에서 단 2인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에서 여성 인재의 양성이 극히 부진하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지금까지 기업지배구조 일반의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성이었다. 이는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른바 ‘주인 없는’ 은행의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2023년 주주총회 시즌에서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이 큰 이슈였고 사외이사의 은행 경영진에 대한 독립성이 가장 큰 주제였지만 추후 이사회의 전문성도 독립성보다 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장 전문적인 사외이사가 가장 독립적이기 쉽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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