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아파트 이젠 그 가격에 못 사나요"…아쉬워하는 수요자들
가격 오르자 발길 돌리는 수요자들
서울 서초구와 강동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멈췄다. 단기간에 집값이 빠지면서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졌고 이를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대부분 받아내면서다.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자 급매물을 노리던 수요자들은 주춤하고 있다. 일부 실수요자는 "이젠 급매물 가격이 다시 오지 않는 것 아니냐"며 아쉬워하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31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올해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고가 39억원(5월)보다 7억5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지난달 32억5000만원, 33억원, 34억원 등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역에서는 "바닥을 치고 다시 가격이 뛰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전용 84㎡도 지난달 9일 20억원, 지난 1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24억9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이 면적대는 12월 이보다 5억5000만원 내린 19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저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소폭 반등했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초구는 서울에서 ‘상급지’이기 때문에 집값이 조정받자 '갈아타기'를 노리고 있던 실수요자들이 계약하면서 가격도 다시 반등했다"며 "아직 국토부 시스템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인근 시세보다 가격이 낮은 매물들이 많이 거래됐다"고 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 11일 1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면적대는 집값 급등기인 2021년 20억원(10월)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지난해 11월 14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6억원 급락했다. 이후 14억원대 거래가 몇 차례 나온 이후 올해 들어 다시 가격이 상승했다.
맞은 편에 있는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도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계약이 맺어졌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13억원에 거래된 이 면적대는 2021년 10월 18억1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당시보다 5억1000만원 내린 이후 최근 소폭 가격이 반등했다.
고덕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급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말 이후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화됐다"면서 "올해는 가격이 오르고 호가도 5000만~1억원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전용 59㎡를 중심으로는 갭투자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집값이 다시 반등하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물을 잡으려던 수요자들도 일단은 '멈춤' 상태가 됐다. 고덕동 일대에 최근 집을 보러 나온 최모씨는 "일대 부동산들을 쭉 둘러봤는데 온라인상에 등록된 가격이 낮은 매물은 거의 없다더라"면서 "급매물은 대부분 소화되고 괜찮은 조건의 매물들은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반포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실수요자들이 꽤 많았는데, 최근 집값이 반등한 이후로는 일단은 더 지켜보겠다면서 망설이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자 또 조정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상일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가격이 반등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매물의 경우 반등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매물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이라면서 "아예 가격이 내린다든지 계속 오르면 의사 결정이 오히려 쉬울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갈팡질팡하는 수요자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5% 내리며 6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지난해 9월 5일(-0.15%) 조사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하락률이다.
서초구가 지난해 8월 이후 32주 만에 보합(0%)으로 전환했다. 지난주 0.02% 떨어졌던 강동구도 상일·고덕동 대단지 위주로 급매물이 팔리며 하락세를 멈췄다. 지난해 6월 이후 41주 만에 내림세가 끝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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