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함장 “北 공격징후 사전에 보고… 경계 실패 아닌 정보분석 실패”
“잠자다가 피격 주장, 北 어뢰보다 충격
트라우마 이기고 다시 배 타려던 부하
그 말 듣고 울며 전화… 결국 군복 벗어
학교에서도 軍에서도 제대로 가르쳐야
취업 지원 신청하니 단순 일용직 일색
하루 3시간짜리 지하철 안전요원 추천
생존 장병 당당히 살게 진실 규명 목표”
“3월이 지나면 정부도, 정치권도 천안함은 잊어버립니다.”
천안함 피격 13주기인 26일 최원일 326호국보훈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신을 ‘천안함 함장’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천안함에 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을 지원하고자 사단법인 326호국보훈연구소를 설립했다. 326은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날짜 2010년 3월26일에서 따온 것이다. 연구소 이름처럼 최 소장의 시간도 여전히 13년 전 3월26일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진보 진영은 천안함을 외면했고 보수 진영은 천안함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기만 했다. 최 소장은 “지난 (문재인)정부는 천안함을 언급하면 북한 정권이 불편해하고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고 화환만 보낸 것에 대해서도 최 소장은 “그분들(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없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보수 정권에서도 승조원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거나 지원해주지 않았다”며 “현 여당도 2년 전 천안함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던 적이 있지만 자기들끼리 임명장만 나눠주고 끝났다”고 비판했다.
그런 유의 비난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군인들이 경계작전에 실패해 침몰했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천안함 피격 전 북한의 공격 징후를 군 당국이 사전에 인지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예하 부대에 전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천안함은 1980년대 만들어져 대잠수함 능력이 없는 함정인 데다 상급 부대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경계작전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분석의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역한 이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천안함에 대한 비난을 견디다 못해 개명한 사람도 2명이나 있고, 심지어 외국으로 떠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상당수는 전역 후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최 소장은 “트라우마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기록으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는 것 같다”면서 “나도 전역하고 2년 동안 취업을 해보려고 했고,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기도 했는데, 추천해주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 일용직들이더라”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최근 추천받은 일자리는 하루 3시간짜리 지하철 안전요원이었다.
연구소는 생존 장병들의 국가유공자 등록도 도울 계획이다.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공적에 대한 입증도 국가가 아닌 개인이 직접 해야 하므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한 이들도 있는 가운데 일부는 아직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지 못해 대기 중이다. 최 소장은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연구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게 만드는 날이 와서 연구소 문을 닫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 소장은 천안함 관련 가짜뉴스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도 군도 천안함에 대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기재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천안함 희생자들은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아버지로, 생존자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는 특별히 ‘헌신영예기장’이 수여됐다. 이는 전투 또는 군사작전과 관련한 직무 수행 도중 부상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기장으로 양복이나 군대 정복 가슴에 달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이기장’이라고 불렸지만 수여 대상을 명확히 하여 기장의 영예성을 높이기 위해 헌신영예기장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이채권 소령과 허순행 원사가 대표로 받았으나 군 당국은 생존 장병 58명 전원에게 기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후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참전 장병들에게도 같은 기장이 수여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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