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게 봄이지/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저마다 봄은 다른 순간으로 온다.
보따리가 풀린 듯 와르르 봄은 쏟아진다.
석 자도 안 되는 어린 나무의 첫꽃도, 백살 먹은 왕벚나무의 백년꽃도 똑같이 봄꽃.
봄마다 나무가 늙는다고 꽃이 늙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봄은 다른 순간으로 온다. 문득 가던 길 돌아봤다면 그 순간이다. 헛것을 봤을까, 뒷걸음질로 올려본 나무에 터지는 꽃. 보따리가 풀린 듯 와르르 봄은 쏟아진다.
벽돌로 대충 꾸민 화단에도 꽃이 핀다. 회초리를 꽂았나 겨우내 볼품없던 묘목 가지에 알사탕만 한 꽃망울. 아, 너는 벚나무였구나.
석 자도 안 되는 어린 나무의 첫꽃도, 백살 먹은 왕벚나무의 백년꽃도 똑같이 봄꽃. 바람에라도 섞이면 어느 것이 첫꽃인지 백년꽃인지.
봄마다 나무가 늙는다고 꽃이 늙을까. 백년 늙은 나무에서도 첫마음으로 첫꽃이 피는 것. 이게 봄이지.
하늘 아래 첫마음들이 천지만지. 눈으로만 보는 벚꽃이라면 무슨 소용 있나. 세 끗짜리 화투장의 배경일 뿐이지. 만져야 봄이다.
어린 벚나무 발치에 쑥이 소복하다. 뾰족뾰족 연한 싹을 만져 보다 꺾지 않는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안간힘이 얼만데. 여기까지 다다른 노고가 얼만데. 못 본 척 그냥 둬야지. 발목 아래 봄이 흥건하게 고일 때까지는.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근 유혹해도 ‘거부’…탈출 얼룩말 세로 “완전 삐져있는 상태”
- 여경과 518회 만남 갖고 ‘수당’ 챙기다 아내에 들통…법원 “강등 정당”
- “벗고 있었는데” 호텔 커튼 열었다가 창문 청소부 마주친 中커플
- “보내주자” 생명유지장치 껐더니 혼수상태 아들 눈 번쩍…뉴질랜드의 기적
- “다비드상은 포르노물”...학부모들 ‘부적절 수업’ 항의에 美초등 교장 쫓겨나
- 번지점프 줄 끊어졌는데…파타야 업체 “38만원 보상”
- 경제적 능력 때문에…이별 통보한 동거녀 살해한 30대男 구속
- 법원, “더탐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영상들 삭제해야”
- 남경필 전 경기지사 장남 또 ‘필로폰 투약’ 혐의 체포…가족 “마약한 것 같다” 신고
- “초1 학교 앞에서 성폭행 당해”…담임 “그 차 왜 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