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건설노조가 한국 정부와 건설사에 건네는 조언

2023. 3.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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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의 진짜 얼굴] 노조의 존재로 현장의 생산성과 일자리 질이 향상된다

[데이브 누난(Dave Noonan) 호주 건설·임업·항만·광업·에너지노조(CMFMMEU) 건설&일반 부문 사무총장]
건설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노동자 안전 측면에서 건설 공정에는 높은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건설 일자리는 이 현장이 끝나면 저 현장으로 옮겨가야 하는 불안정한 일자리입니다. 건설노동자에겐 고용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습니다. 호주에서는 실제로 건설사들이 사회보장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자를 임의로 하청업체라고 신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형 건설 현장에서는 자신의 기술과 땀으로 건축물을 건설하는 노동자와 이를 관리하는 대형 건설사 사이에 심각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노동자 개인은 스스로 임금과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만약 노동자가 불만을 제기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작업을 거부하면 오늘 당장 해고되거나 건설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음에는 고용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하여 단결하고 협력해야만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의미 있는 발언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이 더 안전하다는 통계와 연구는 많습니다. 노조의 존재는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노동조건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건설업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고용 안정성을 누리는 노동자는 건설업에 계속 종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건설사는 더 나은 노동력을 위한 교육 훈련에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장의 생산성과 일자리의 질이 모두 향상됩니다.

▲건설노조 대전세종지역본부와 대전 건설노조공안탄압대책위는 대전 서구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안전기원제를 진행했다. 사전행사로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추모하고 있는 건설노조원. ⓒ연합뉴스

반대로 저임금 중심의 건설산업이 된다면 노동자들은 안전하고 덜 힘든 직업을 찾아 건설업을 떠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건설업에서 노동자의 이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결국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노동자가 축적되지 않아 생산성과 건축물의 품질이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호주에서는 1800년대 중반부터 노조가 건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은 건설업 퇴직 연금, 현장이 끝나고 다음 현장에 고용되기까지 건설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퇴직금 제도, 고용주가 자주 바뀌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건설업 장기 근속 휴가 등을 쟁취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사용자와 공동으로 관리되고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 표준을 준수하면서, 엄격한 상업적 기준에 따라 수백만 달러를 건설업에 재투자합니다.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노동자들은 미래 건설업의 발전에 자신의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이 기금을 활용해 노조와 사용주가 현장에서 엄격한 안전보건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건설산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필수 기능 및 안전에 대한 교육 훈련에 자금을 지원하여 노동자에게는 직업전망을 제공하고, 건설산업에 부족한 숙련 건설기능인을 공급하였습니다.

역대 호주 보수당 정권조차 건설업의 생산성과 개방성을 유지하는 노조의 역할을 인정했습니다. 호주 보수당 정부는 지금 한국 정부처럼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건설노조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규제 기관까지 설립했는데 말입니다.

호주 건설노조는 정부가 벌인 엄청난 소송전을 벼텨고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이제 호주에서 노동조합이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건설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노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정부와 사용자 앞에는 이제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노조를 억압하면 안전과 생산성, 품질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추면서 건설산업에 갈등과 반목을 조장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원하는 것은 안전한 현장, 고용안정, 더 나은 건설산업을 위한 협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브 누난(Dave Noonan) 호주 건설·임업·항만·광업·에너지노조(CMFMMEU) 건설&일반 부문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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