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장미화 ‘봄이 오면’, 1970년대 ‘뽀글 파마’ 유행시키다

관리자 입력 2023. 3. 27. 05:02 수정 2023. 3. 2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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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 하면 떠오르는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바로 '뽀글 파마'다.

장미화는 당시로서는 생소하게 판탈롱·하이힐을 착용하고 파마머리로 방송에 출연했는데 노래가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 파마머리가 널리 퍼졌다.

또한 그 시절 군사정권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슬픈 노래보다는 빠르고 희망찬 노래를 권장했는데 '봄이 오면'은 그와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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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과 ‘안녕하세요’를 수록한 장미화의 독집.

중년 여성 하면 떠오르는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바로 ‘뽀글 파마’다. 뽀글 파마 유행에는 흥미로운 계기가 있다. 1973년 등장해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킨 가수 장미화의 이야기다.

장미화는 미8군 공연을 시작으로 1964년 신중현 음반에 참여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 그는 가요계에 등장한 해에 발표한 ‘봄이 오면’이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봄이 오면’은 네덜란드 듀오 마우스 앤 맥닐이 1972년에 부른 ‘Hello A’(헬로 에이)를 번안한 곡으로 후렴구 ‘흠마흠마예’를 반복하는 것이 인상적인 흥겨운 노래다. 장미화는 당시로서는 생소하게 판탈롱·하이힐을 착용하고 파마머리로 방송에 출연했는데 노래가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 파마머리가 널리 퍼졌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여성이라면 다소곳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유교적인 사회에서 장미화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또한 그 시절 군사정권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슬픈 노래보다는 빠르고 희망찬 노래를 권장했는데 ‘봄이 오면’은 그와 부합했다. 당시 장미화 모습은 음반 표지로 남겨져 있다. 조명을 받은 그의 스타일에서 달군 아이론으로 머리를 휘감던 1970∼1980년대 한국 여성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다.

또 다른 히트곡 ‘안녕하세요’에도 역사적인 사연이 있다. 남북한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대화에 들어갔다. 양측 인사는 ‘남북조절위원회’를 통해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회담을 열었는데 1973년 서울에서 열린 회담 만찬장에서 장미화가 초대 가수로 출연해 이 노래를 불렀다. 반복되는 노랫말 “안녕하세요. 또 만났군요. 다시는 못 만나나 생각했죠. 어쩐 일일까 궁금했는데 다시 만나 보아 반가워요.”는 뜻깊은 자리와 잘 어울렸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봄이 오면’은 새롭게 재탄생했다. 1990년대 초반 철이와 미애로 활동하다 제작자로 나선 신철의 눈에 들었다. 그는 나이트클럽 DJ 출신으로 팝과 가요를 활용해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일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1996년 가수 DJ DOC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봄이 오면’의 멜로디를 사용해 ‘여름이야기’를 만들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가운에 하나가 패션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은 왜 뽀글 파마를 선호했을까?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패션의 두가지 목적은 편안함과 사랑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남존여비, 가부장적인 우리 현실에서 편안함·실용성·아름다움의 합의점을 찾은 것은 아닐까?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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