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모두의 뜰

관리자 2023. 3.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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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르면서 마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도, 농사라는 일 자체가 혼자 하기보다 품앗이나 공동으로 합을 맞출 때 마법처럼 쉽게 변하는 경험을 했다.

하다못해 콩과 들깨를 털기 위해 천막을 펼치고 접을 때도 두세명이 잡으면 일도 아니다.

지역의 작은 공동체 텃밭을 상상하며 모인 분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공동체의 힘을 인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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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르면서 마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도, 농사라는 일 자체가 혼자 하기보다 품앗이나 공동으로 합을 맞출 때 마법처럼 쉽게 변하는 경험을 했다. 하다못해 콩과 들깨를 털기 위해 천막을 펼치고 접을 때도 두세명이 잡으면 일도 아니다. 풀을 맬 때도 주거니 받거니 둘이 호흡을 맞추고, 수다를 떨면서 일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고랑에 진입했다.

이달초 ‘기후위기와 생태공동체 텃밭’을 주제로 첫 강의를 했다. 지역의 작은 공동체 텃밭을 상상하며 모인 분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공동체의 힘을 인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 바로 먹거리 문제가 아닌가.

베를린 2014 도시 경작 선언문에는 ‘도시가 우리의 텃밭이다’라고 했다. 사유화와 상업화보다 공공 공간을 늘리는 작업이며, 식량주권을 지키고 마을 종자를 보호하며, 녹지지역을 보존해 도시 기후를 개선하고, 소비가 아닌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며, 환경교육을 비롯해 교환과 공유의 장소 등 삶의 질적 차원이 달라지는 실험실이라 명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농업 예산을 축소하고, 스마트팜 예산을 확장했다. 진짜 ‘스마트한’ 농업이란 무엇일까?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재생·순환하는 방식을 통해 후세대의 사람과 지구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는 농업 말이다. 전체론적이며 긴 안목의 농사, 땅을 살리는 농법은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낳아왔다. 선충류·균류를 비롯한 토양미생물 등의 개체수가 증가해 식물이 자라고, 야생 곤충과 동식물이 번성했다. 과연 스마트팜이 다양한 생태계를 살리고 있는가. 그간 대기로 배출된 어마어마한 탄소를 다시 흡수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미국 디트로이트 더트 재단(Detroit Dirt Foundation)은 공동체 텃밭에 많은 영감을 줬다. 그들은 지역사회 전체에 쓰레기 제로 사고방식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했다. 땅은 수백만년 동안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해왔다. 땅속 미생물 공동체는 유기물을 분해해왔다. 시민 공동체는 유기물 더미를 뒤섞고 옮겨서 퇴비를 만들어 기름진 흙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퇴비뿐이랴, 지역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토종씨앗을 수집해 채종·나눔하는 토종씨드림이라는 단체도 있다. 대물림 씨앗이야말로 농업의 공동체성을 대표한다. 응당 예부터 씨앗은 사고팔지 않았다. 씨앗은 모두의 미래이자 근본으로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담은 공공재라는 원칙이다.

크게 보면 우리는 지구 공동체다. 한배를 탔다. 독성물질은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음식을 통해 인간의 몸에 들어오며, 우리 몸속의 미생물은 토양의 미생물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에 달렸다. 우리의 먼 후손이 모두의 뜰에서 맛난 열매를 따서 먹고, 계곡에서 가재를 잡고, 흙에서 뒹굴 수 있도록, 탄력적인 농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남아 있는 농민의 길이 아닌가 싶다. 나도 지구 편에 선다.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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