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축전염병 방역, ‘사후약방문’ 막아야

관리자 2023. 3.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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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마스크 없는 일상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방역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축전염병 방역 현장은 열악하다.

우수 연구 결과가 방역 현장에 접목돼야 가축전염병 유입을 차단하고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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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마스크 없는 일상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고 되찾은 일상에 행복이 밀려온다. 하지만 축산농가 상황을 보면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양돈농가들은 코로나19와 비슷한 시기 전파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방역시설을 강화하는 등 확산 방지에 힘썼지만 ASF 확산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아직 ASF를 막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완벽한 방역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서다.

가금농장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엔 특히 감염력이 강하다. 두루미·고니 같은 대형 야생조류부터 독수리 같은 맹금류까지 감염돼 폐사가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바다사자·여우·너구리 같은 육식성 야생포유류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늘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사람이 감염돼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런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초 2월말 종료하기로 했던 특별방역대책기간을 한달 연장했다.

축우농장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9년 1월 이후 국내 구제역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구제역 백신이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축우농장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럼피스킨병 같은 전염성 질병이 아시아 전역에 확산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럼피스킨병에 소가 감염되면 고열이 발생하고 피부와 내부 점막에 혹덩어리가 생기며 유량이 감소하는 등의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병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긴급접종에 필요한 백신 54만마리분을 미리 비축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방역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가축전염병 연구개발에 투자가 부족한 데 있다. 우선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 올해 농식품부의 연구개발 예산 1조781억원 가운데 가축질병·방역 연구 관련 예산은 5%(540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은 하나의 질병이 아닌 가축질병 전체를 연구하는 예산이다. 농식품부의 대표 가축질병 연구과제였던 ‘가축질병대응기술개발사업’도 2021년 종료됐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면 얼마나 큰 손실을 보는 것일까. 질병이 퍼졌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국가적 피해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번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 예산을 비교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ASF 발생 이후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던 울타리는 전국 22개 시·군에 걸쳐 2693.2㎞에 설치됐고, 이를 위해 17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가축질병·방역 연구 예산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돼지 잃고 울타리 설치하는 비용’치고는 큰 손실이다.

가축전염병 방역 현장은 열악하다. 묵묵히 현장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에 의지하며 축산농가의 희생으로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현장을 경험한 젊은 수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가축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가축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합당하게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인 연구가 수행되고 전문인력이 양성된다. 우수 연구 결과가 방역 현장에 접목돼야 가축전염병 유입을 차단하고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가축전염병을 막을 때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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