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는데 결국 똑같다?…정체성은 '과제'로[떠오르는 MZ노조③]
기사내용 요약
한 달 만에 10개 노조로…뚜렷한 성장세
교섭권 없어 한계…조합원 8000명 '불과'
제2의 국민노총 될 우려…'외연확장' 관건
[서울=뉴시스]고홍주 기자 = 지난달 8개 노조 5000명으로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는 1달 만에 10개 노조 8000명 안팎의 조직으로 세를 불리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현재 합류를 원하는 대기업·공기업 노조들도 있어, 향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30대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노조라는 점과 아직 양대 노총에 비해 소수라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면서도 지속적으로 노동운동을 할 수 있는 명분과 외연 확장을 과제로 내세웠다.
새로고침은 출범 당시 "기존 노조와 같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겠다"며 '탈정치화'를 전면에 내세워 양대 노총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사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독점 구도를 지적하면서 탈정치화를 내세운 새로운 노조 세력 출범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제3노총'으로 불렸던 국민노총이 대표적이다.
국민노총은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새로운 노동운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야심차게 출범했다. 이들은 당시 "민주노총의 계급투쟁과 한국노총의 관료주의 오류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연확장에 실패하면서 결국 2014년 한국노총에 흡수 통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새로고침 협의회의 '노조 할 명분'이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탈정치와 조합원 실리를 내세웠는데, 어떻게 보면 좀 속 좁은 명분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사실 이들은 대한민국 노동시장 상층에 위치하는 사람들인데, 노조라는 것은 비단 자기 조합원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든 조직 바깥에 있는 사람이든 많은 노동약자들을 대표해서 활동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결국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노조 특성상 사회 현상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이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 교수는 "노조, 특히 이런 협의회 조직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치는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사적 영역 외에 공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발언을 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인데, 어떻든 간에 (정치영역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인 것도 분명한 한계점이다. 2021년 기준 조합원수는 한국노총이 123만명, 민주노총이 121만명이다. 반면 새로고침은 8000명 내외다. 출범 한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대 노총과 같은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세력 확장은 필수불가결하다.
여기에 '2,30대', '대기업 사무직 노조'라는 정체성을 넘어 어떻게 세력을 확장할 것인지도 큰 과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부 사무직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명한 한계"라며 "그렇다고 2,30대 생산직들까지 함께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자기들만의 색깔로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게 좋은 건지는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2010년 복수노조 설립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노조 난립을 막기 위해 과반수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택하고 있다. 소수노조의 교섭은 회사의 재량에 따라 달렸다. 새로고침이 교섭 테이블에 앉아 교섭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박 교수는 "결국 새로고침은 아직 소수다. 기존 노조들과의 경쟁 체제 하에서는 아직 토대가 약해, 교섭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는 교섭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섭 테이블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화 돼 있는 MZ세대의 공통 구호를 찾아내고 조직화하는 것도 과제다.
박 교수는 "노조라는 건 기본적으로 집단성과 보편성을 본질로 할 수밖에 없는데, MZ세대는 기존 노조처럼 성과를 모두 똑같이 나누자고 하면 동의하지 않는다"며 "젊은 조합원들의 필요를 어떻게 의제화하고 교섭 테이블에 올릴 것인지, 공통분모를 어디까지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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