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렬 지지층에 장악된 黨, 그 黨에 장악된 국회

조선일보 2023. 3. 2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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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 집단의 행태가 갈수록 극렬해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이 비이재명계 의원들 사무실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며 스토킹하는가 하면 이미지를 조작해 가짜 뉴스까지 퍼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개딸’ 측이 유포한 집회 공지에서 본인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고 밝혔다. 눈꼬리를 찢고 입꼬리를 올리는 식으로 사악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가 “(이 의원에 대해)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개딸’을 향해 집회 중단을 요구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충성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조차 묵과하기 힘들 만큼 ‘개딸’들의 폭주가 도를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결별은커녕 개딸들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며 이 대표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가 “개딸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자 이 대표 측근 의원은 “너희들과 절교야,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로는 자제를 호소하면서도 실제로는 ‘개딸’의 비명계 공격을 방조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 대표는 말만 할 게 아니라 폭력과 다를 게 없는 ‘개딸’의 집단행동을 분명한 해당(害黨) 행위로 다스려야 한다. 민주당 윤리 규범은 “당원은 사회 상규에 어긋난 행동을 함으로써 당의 명예를 실추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조작된 이미지로 민주당 소속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사진 조작뿐 아니라 반대 측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내고 스토킹하듯 개인 일정까지 쫓아가 욕설을 퍼붓는 ‘개딸’들의 극렬 행동 모두가 ‘당 차원 조사’와 ‘단호한 조치’의 대상이다. 정당 민주주의를 흔드는 극렬 지지층의 집단 폭주를 막지 못하면 민주당은 공당의 자격이 없다. 그런 당에 장악된 국회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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