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기 경쟁력 확보, 특단의 대책 수립하라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2023. 3.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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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해방 후 제대로 된 외항상선 한 척 없던 우리나라는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 6위 해운국으로 발전했다. 이런 성과는 선박 한 척 없던 시기에 해양대학을 설립하고 해기사를 양성한 선각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고 할 것이다. 한국해운업은 해기사들이 일본 등 외국 선박에 승선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운업을 창업하고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항만, 수리조선, 선박관리, 포워딩에 이르는 관련 산업의 기초를 닦아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운산업 덕분에 우리는 운임으로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외화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한국해운의 경쟁력은 뛰어난 해기(海技)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원유·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하는 탱커선 등 외항 상선은 국내 수출입의 99% 이상을 담당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청년해기사가 없어 10년이 지나면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외항상선 선장은 1221명인데 반해 직급이 내려갈수록 인원은 급감해 1등 항해사 1049명, 2등 항해사 721명, 3등 항해사는 선장의 반에 불과한 659명으로 줄어드는 기형적인 역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다.

청년해기사들은 1등 항해사·기관사로 승진하기보다는 80~90%가 선상근무를 그만두고 있다. 왜 청년해기사들은 선배들과 달리 빨리 선상근무를 그만 두는가? 그 이유로는 외국인 해기사에 비해 낮은 임금, 폐쇄적인 근무구조에 비해 짧은 휴가기간,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비정규직 처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가장 고임금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우리나라 선장·기관장의 월평균 임금은 1만1791달러(약 1500만 원), 1급 항해사는 8471달러로 우리나라보다 평균임금이 낮은 폴란드·루마니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주요 선원공급국인 중국이나 필리핀보다 낮은 실정이다. 다른 선종의 임금 수준도 국제 평균을 밑돈다. 또 유럽 선사들은 3개월 승선에 3개월 휴가를 보장하지만 우리나라는 6개월 승선에 2개월 휴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일본선사들은 일본인 해기사를 자사의 정규직으로 고용한 다음 계열 선박관리회사에 전출시키고, 1등 항해사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2년의 육상근무를 의무화하는 형태로 고용과 승진, 경력발전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6개월 승선 이후에 퇴직금 정산과 함께 계약을 종료시켜 비정규직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엔 육상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해기사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 결과 우수한 해기인력에 바탕을 둔 해기경쟁력은 당연시되었기에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했다. 선원법이라는 특수법으로 해기사의 노동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조차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 52시간의 근로기준법보다도 못한 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넘치는 고용관행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도 크다.


높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에 승선할 수밖에 없는 50, 60대의 고령 한국해기사가 은퇴하게 될 시점에 한국해운의 위기가 올 것이다. 이를 대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구나 출생률의 급감으로 우리나라에서 해기사가 되겠다는 인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무엇보다도 이제 해기사가 되겠다는 청년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로 철저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원일자리기금을 만들어 외국인 해기사에 밀리는 청년해기사 고용을 지원하고, 선원고용촉진특별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해운 선사를 우대하며, 선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후보장을 위해 해양수산안전보건공단 설립을 제안해 왔다. 나아가 선원법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해 육상근로자에 비해 우대받을 수 있는 노동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이제는 사람이 얼마 없는 시대다. 더구나 물가에 가지 말라는 토정비결을 믿는 나라에서 해기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더 귀하게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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