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원 사나이’ 대니 리 “한국에서 우승하는 날도 꿈꾼다”[단독인터뷰]
지난해 11월 바꾼 브룸스틱 퍼터로 약점 보완
“케빈 나·김시환·빈센트와 단체전 우승 목표”
“PGA 투어 떠나 아쉽지만…어디서든 최고 성적 낼 것”
6월에는 한국서 열리는 코오롱 한국오픈 출전 계획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3)는 지난 20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끝난 리브(LIV) 골프 리그 2차 대회-투손(총상금 250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째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거머쥔 트로피였다. 상금만 무려 ‘54억원’. 이날 이후 그는 ‘54억원의 사나이’로 불렸다. 우승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간 대니 리는 다음 달 1일부터 사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LIV 골프 리그 3차 대회-올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그는 PGA 투어 11년 활동을 접고 LIV 골프로 이적한 이유, PGA 투어를 떠난 아쉬움, 현재 LIV 골프에 대한 만족감 등을 솔직하게 밝혔다.
대니 리의 LIV 골프 이적은 절친한 케빈 나(미국)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가 케빈 나에게 “LIV 골프로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건 올해 2월 초다. 그렇지만 LIV 골프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LIV 골프 대회에 한 번이라도 출전하면 PGA 투어 참가 정지를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니 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골프 내·외적으로 의지하는 케빈 나에게 “형이 선수로서 내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여러 차례 묻기까지 했다. 2주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LIV 골프로 적을 옮기기로 하고 지난달 25일 LIV 골프 리그-마야코바 대회로 데뷔전을 치렀다.
대니 리를 가장 솔깃하게 한 것은 1년에 대회가 14개뿐이라는 것이었다. 1년 동안 40개 이상의 대회가 치러지는 PGA 투어의 절반도 되지 않는 대회 수다. 대니 리는 최근 2년 동안 갈비뼈 부상, 손목 부상 등으로 3~4개월가량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복귀 후에는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경기하는 생활에 지쳐 있었다. 대니 리는 “LIV 골프는 한 번 대회에 참가한 뒤 짧게 일주일, 길게는 3주까지도 휴식 기간을 준다. 재정비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골프장에서 주로 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였다.
대니 리는 골프 티칭 프로 출신인 어머니 서수진 씨의 지도로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8세7개월29일)의 기록을 앞당긴 18세 1개월로 최연소 우승하며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프로 전향 후 PGA 투어 본무대에서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2015년 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이후 우승이 나오지 않았고, 통산 준우승만 5차례를 기록한 그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식단을 바꾸고 스트레칭과 유산소 등 운동 방법도 바꾸면서 재기를 준비했다. 그렇게 7년 8개월 만에 우승이 나왔다.
대니 리는 PGA 투어와 다른 LIV 골프의 매력으로 ‘팀 경기’를 꼽았다. “TV 중계로는 팀 경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잘 느끼지 못하는데, 직접 경기를 보면 이를 느낄 수 있다. 나도 이전과는 다르게 팀으로의 압박감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배드 샷’을 하면 나도 모르게 (팀 주장인) 케빈 형의 눈치를 보게 됐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대니 리가 우승 한 방으로 54억원을 벌어들인 것처럼 LIV 골프가 대회마다 2500만 달러의 큰 상금을 내건 이유도 명확하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동안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은퇴 후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만들어주려는 의도다. 대니 리는 “이곳에서도 매 대회 40위 밑의 성적만 기록한다면 솔직히 PGA 투어에서 버는 상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디를 가든 제 목표는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11년 동안 활동한 PGA 투어를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고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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