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1위...남자 농구 안양 KGC, 정규리그 우승
경기 종료 52초 전 KGC가 DB를 76-69로 앞선 상황. 김상식 KGC 감독은 승리가 확실해지자 벤치에 있던 양희종(39)을 내보냈다. 이날하프타임에 은퇴식을 가졌던 그는 관중 기립박수를 받으며 본인의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 순간을 즐겼다.
26일 안양 KGC인삼공사는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농구연맹(KBL) 정규리그 원주 DB와 경기에서 76대71로 이겼다. 이미 같은 날 앞서 끝난 경기에서 2위로 추격하던 창원 LG가 서울 SK에 69대74로 지면서 우승이 확정된 상태. KGC는 부담 없이 임한 경기를 이기면서 우승을 자축했다. 시즌 37승16패.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KGC CHAMPIONS(KGC 챔피언)’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고 어깨동무를 한 채 둥글게 둘러 서서 기쁨을 나눴다.
사실 프로농구 KGC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전략가 김승기 감독과 팀 외곽포를 주도했던 전성현이 나란히 고양 캐롯으로 떠났다. 새 사령탑은 8년 동안 리그를 떠나 있던 김상식 감독. 그 외 전력 보강은 미미했던 탓에 이번 시즌은 포기하고 그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KGC는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줄곧 선두를 달렸다. 그리고 시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른바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달성했다. 이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둘뿐이었다. KGC로서는 2016~2017시즌 이후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김상식 KGC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경기력이 좋아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도와준 선수들과 코치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 최대 고민은 전성현의 빈자리였다. 지난 시즌 3.3개 3점슛을 39% 확률로 꽂아넣던 전성현이 이적하면서 고민이 찾아왔다. 김 감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선수가 자유롭게 3점슛을 쏘는 ‘모션 오펜스’를 도입했다. 센터 오세근이 특히 괄목상대했다. 외곽포가 빈약했던 그는 ‘전성현의 공백을 다 함께 채우자’는 김 감독 주문을 받고 3점슛을 맹연습했다. 덕분에 올 시즌 3점슛 성공 개수(0.7)는 지난 시즌(0.4) 2배 가까이 늘었다. 성공률도 32.2%에서 39.8%로 비약 상승했다. 오세근은 “감독님이 슛을 자신있게 던지라고 주문한 덕분”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 역시 3점슛 2.8개를 36.3%로 꽂아 넣었다. 변준형, 문성곤 등도 1개가 넘는 3점슛 성공 개수로 뒤를 받쳤다. ‘십시일반’ 전법이었다.
KGC는 올 시즌 바뀐 ‘아시아 쿼터’ 제도도 적극 활용했다. 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일본 국적 선수만 1명까지 추가로 등록할 수 있던 ‘아시아 쿼터’가 이번 시즌부터 필리핀 선수들에게도 개방됐다. 이에 KGC는 시즌 전부터 대학생 신분이라 한국행을 주저하던 렌즈 아반도(25)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영입했다. 아반도는 이에 보답하듯 경기당 9점에 188㎝라는 비교적 작은 키에도 폭발적인 탄력으로 덩크슛을 종종 선보이며 돌격대장으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끈끈한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만 제 역할을 할 뿐, 경기장 밖에서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KGC는 달랐다. 오마리 스펠맨(26)은 훈련 시간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릴 먼로(37)는 고참답게 한국 선수 식사까지 챙긴다. 국적을 불문하고 ‘원 팀’에 모두 녹아든 분위기가 경기력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졌다는 평가다.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가진 양희종은 “이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해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17년 동안 KGC 한 팀에서 뛴 ‘원 클럽 맨’이며 아홉 시즌 동안 주장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G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던 2020~2021시즌 이후 또다시 정상을 노린다. 당시에는 3위(30승24패)로 플레이오프로 향해 10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LG는 이날 패배로 SK와 함께 공동 2위(35승18패)가 됐다. 오는 29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LG는 4위 울산 현대모비스, SK는 7위 DB와 각각 홈 경기를 치른다. 상대 전적은 3승 3패지만, 골 득실에서 LG가 앞서기 때문에 성적이 같으면 LG가 2위를 차지한다. 전주 KCC는 같은 날 수원 KT를 89대88로 누르면서 6위(24승 29패)를 확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안양=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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