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일 관계 개선의 난해함
日 외교관·워싱턴 기자들도 촉각
상처 봉합·미래 지향인지도 의문
정상회담 통해 실질 개선 이뤄지길
지난 11일 주미 일본대사관에서 일하는 일본 외교관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아내가 커뮤니티센터 영어 교실에서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고, 아이들 나이가 비슷해 자연스럽게 가족모임이 됐다. 남편이 외교관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지난 연말 사택에 가족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고, 이번엔 그 답례 성격이었다.
해리스 전 대사가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끔찍한 역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든 문제는 끔찍한 여성 위안부 역사, 강제동원 피해를 포함해 그 나쁜 역사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근무 당시 어머니가 일본계라는 이유 등을 들어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고 맘고생을 한 그였기에 역사 문제를 더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사귄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프랑스 친구는 지난주 BBC방송이 보도한 기사 링크를 보내왔다. 기사 제목은 ‘한국과 일본: 친구이자 적(frenemies)의 이정표적인 만남’이었다. 한·일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 프레너미(frenemies)라는 표현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정상회담이 12년 만에 이뤄질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 판결을 한 것이 계기라고 설명하자 그럼 그 이후로 5년 동안 한·일은 계속 관계가 안 좋았던 것이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3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미국 워싱턴 특파원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한·미·일 관계가 그만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과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백악관이 밤 11시에 “획기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고 조 바이든 대통령 명의의 환영 성명을 낸 것은 물론이다.
미국의 열렬한 환영 성명만큼 한·일 관계 개선이 명쾌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한 달이다. 한·일 관계 개선이 반갑다는 일본인 친구에게 흔쾌히 맞장구를 칠 수 없고, 프레너미라는 신조어를 풀이하기 위해 씨름하고, 지난 수년간의 한·일 관계와 급격한 반전에 대해 명쾌하게 답할 수 없는 찜찜함이 남았다.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한 달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와 워싱턴 싱크탱크 한반도 전문가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가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확인했다.
수면 아래 있던 한·일 관계의 상처가 다시 불거졌는데 미래를 이야기할 만큼 그 상처를 잘 봉합했는지는 의문이다. 워싱턴 당국자와 소식통들 사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한국에 어떤 실익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원인 모두가 일본 관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3월 한 달간 느낀 찜찜함의 언저리에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3월 한·일, 4월 한·미, 5월 한·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외교구상 퍼즐의 결과가 한·일, 한·미·일 관계의 선명한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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