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밝힌 ‘한전’…PO 2차전서 현대캐피탈에 설욕
구단 사상 최초 ‘PO 승리’ 선사
“오늘 수원에 큰 폭풍이 휩쓸 예정입니다. 빅스톰 가보자고!”
26일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리는 수원체육관. 천장에 홈팀 한국전력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들이 걸렸다.
한국전력은 이날 지면 챔피언결정전이 물 건너가는 처지였다. 봄배구 열기를 증명하듯 올 시즌 남자부 최다 관중인 3504명이 모였다. 홈팬의 뜨거운 함성을 등에 업은 한국전력은 결국 현대캐피탈을 꺾고 챔프전 진출 희망을 살렸다.
한국전력은 26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과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3-2(25-18 21-25 25-18 25-27 18-16)로 이겼다. 정규리그 4위 한국전력은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우리카드를 꺾고 올라온 ‘도전자’다. 3전2승제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이번에는 승기를 잡았다. 한국전력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은 가뿐히 1세트를 따냈다. 조근호의 속공 3득점에 힘입어 초반부터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22-17에서 임성진의 오픈, 타이스 덜 호스트의 퀵오픈으로 세트포인트에 도달했고, 서재덕이 후위공격으로 매듭지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살아나면서 2세트를 내줬다. 1세트에선 35.48%에 머물던 현대캐피탈 공격성공률이 2세트에선 62.5%에 달했다.
3세트에선 한국전력이 웃었다. 한국전력은 12-12에서 타이스의 오픈, 상대 범실, 신영석의 속공, 하승우의 서브로 5연속 득점하며 흐름을 탔다. 17-13에서 타이스가 퀵오픈에 이어 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쐐기를 박았다.
4세트는 박빙이었다. 근소하게 밀리던 한국전력이 13-14에서 한국전력이 연달아 4점을 올리자 배구장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18-21에서 이시우의 블로킹과 오레올 까메호의 서브 득점으로 1점차까지 따라잡았다. 25-25 두 번째 듀스까지 간 끝에 현대캐피탈 오레올이 임성진의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갔다.
5세트 13-13에서 현대캐피탈의 공격이 아웃되면서 한국전력이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하지만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16-16에서 조근호가 서브에이스를 터뜨리고, 서재덕이 후위공격을 해낸 뒤에야 한국전력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국전력 타이스와 임성진이 각각 24점, 23점을 책임졌다. 현대캐피탈에선 허수봉이 양팀 최다인 30점을 올렸지만 패배를 막진 못했다. 임성진은 “팬분들이 쩌렁쩌렁 소리 지르며 열심히 응원해주시니 퍼포먼스가 더 잘 나왔다”고 말했다. 1승씩 나눠 가진 양팀은 28일 천안에서 운명을 가를 최종전을 치른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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