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낮춘 정부, 공정시장가액비율 높여 세수 보전 가능성
종부세 반토막 전망…세입 기반 확충,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유력
비율 20%P 올리면 세수 20% 늘지만…세금 감소폭 줄어들어 ‘부담’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을 역대 최대 폭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수입도 당초 예상보다 큰 폭 감소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동시에 각종 복지제도 지원 대상은 늘어 정부의 지출 부담이 커지게 됐지만 아직 추정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60%로 인하했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부가 다시 올려 보유세 감면을 최소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1가구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보유세는 전년 대비 많게는 4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 부담을 낮춰준 데 이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평균 18.61% 낮추기로 한 영향이다.
전체 세수 규모 측면에서 보면 종부세의 경우 당초 지난해 추계했던 올해 세입 예산의 절반 정도만 걷힐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종부세 세수 전망치는 5조7000억원이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공시가격 인하 조치로 인해 종부세 세수가 예상보다 2조5000억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가 공시가격을 낮추기로 하면서 생계급여 수급자 등 각종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은 증가해 관련 올해 예산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급여 외에도 국가장학금과 근로·자녀장려금 수혜 대상도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준중위소득이 정해진 뒤 하반기에나 추가 대상자 및 예산 추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연달아 발표했지만 세수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데다 한편으로는 추가 예산 소요까지 발생하자 재정당국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했을 당시보다 경기가 더 악화된 상태”라며 “세입이 줄면 이에 따라 향후 재정의 역할도 더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 세수 대책 없이 기존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은 정부가 내걸고 있는 재정 건전화 기조와 상충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난해부터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정부가 이를 알고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유세 감세를 추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당국이 정권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재정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 감세는) 정권의 신뢰 문제와도 연관돼 있던 사안”이라며 “(감세를 하지 않았다면) 정부의 다른 정책 추진력도 잃어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 기반을 늘리기 위해서 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시행령 개정 사항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 현행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하고 여기에 보유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부세의 경우 95%에서 60%로, 재산세는 60%에서 45%로 낮춘 바 있다. 만약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올리면 세수는 당초 전망보다 20%가량 늘어난다.
예컨대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일 때 1078만원이지만 80%로 올리면 1311만원으로 늘어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2023년 종부세 세수 달성이 크게 미달할 것”이라며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로서는 섣불리 이 비율을 올리겠다고 말하기는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미 공시가격을 낮추면서 개인별 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한 터라 다시 세부담을 늘리는 대책을 내놓게 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는 4월, 종부세는 상반기 중 확정·발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방향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창준·반기웅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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