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지도서 가난한 마을 도려낸, 잔인한 토네이도 궤적

최서은 기자 2023. 3. 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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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이 만든 초대형 폭풍우
미국 동남부 시속 128㎞ 강타
최소 26명 사망·이재민 수백명
주민 21%가 이동식 주택 거주

미국 동남부 지역에 강한 폭풍과 토네이도가 덮치면서 수십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24일 밤(현지시간) 최대 시속 80마일(약 128㎞)에 이르는 강한 토네이도가 미시시피주와 앨라배마주를 강타하면서 최소 26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구간은 약 170마일(약 274㎞)에 이른다. 건물과 자동차 등이 산산조각 나고 나무는 뿌리째 뽑히는 등 이 지역의 모든 것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수백명이 집을 잃고 4명은 실종됐다. 수만가구의 대규모 정전과 가스 누출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네이도와 함께 골프공만 한 크기의 우박도 쏟아졌다. 노던일리노이대 기상학 교수인 워커 애슐리는 대기 중의 찬 제트기류가 지상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어 올리면서 초대형 폭풍우를 일으키는 ‘슈퍼셀’ 현상 때문에 이처럼 파괴력이 강한 토네이도와 우박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토네이도가 한밤중에 닥치면서 피해가 커졌다. 토네이도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미시시피주 지역방송인 WTVA에서 기상 상황을 중계하던 맷 러반 기상학자는 잠시 방송을 멈추고 “신이여, 그들을 도와주십시오”라며 피해 주민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미시시피주 샤키카운티의 롤링포크, 험프리스카운티의 실버시티 지역이다. 주로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 지역은 주민의 약 20%가 빈곤선 이하에 사는 등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데다가 주민의 21%가 이동식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극한 날씨에 특히 더 취약하다.

롤링포크 주민 원더 볼든은 “바람이 지나갔고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말했다. 험프리스카운티의 비상대응 관계자인 로이스 스티드는 “거의 완전히 폐허가 됐다”며 “작은 마을인 실버시티가 지도에서 거의 지워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 도시가 입은 손실은 영원히 느껴질 것”이라며 “파괴적인 피해다. 이것은 비극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구조대는 무너진 잔해 더미와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며 생존자와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마을에는 비상대피소가 설치돼 수백명의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엘드리지 워커 롤링포크 시장은 “우리 도시는 사라졌다”면서 “집은 파괴되고 가족들은 살 곳이 없고, 아이들은 굶주리고, 옷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회복력이 있으며 강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난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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