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온두라스 ‘대만 단교’, 중국과 손잡고 “유일한 합법 정부”
차이 총통 순방 앞두고 단행
언론 “남미, 양안의 전쟁터”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26일 대만과 외교 관계를 공식 단절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 1941년 온두라스와 대만의 외교관계 수립 이후 82년 만이다. 이에 대응해 대만은 “온두라스와 단교하며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만 수교국은 13개국만 남게 됐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온두라스는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하지 않기로 했으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온두라스 정부는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못박았다.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를 결정한 이유는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온두라스와의 단교를 발표한 대만 외교부는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연합보는 온두라스가 자국의 노바 파투카 수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3억달러(약 3935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대만이 이를 거절하자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대만과 단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온두라스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5월 집권한 이후 대만과 단교한 9번째 국가이며, 남미에서는 5번째 국가다. 대만 수교국은 교황청(바티칸)과 벨리즈, 에스와티니, 과테말라,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3개국으로 줄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100여 비수교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더라도 비공식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대만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와 차이 총통의 다음주 해외 순방 간 관련성에 매우 의심이 든다”며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 순방에 나서면서 도중에 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경유할 예정이다. 이때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은 “그동안 라틴 아메리카는 중국과 대만의 핵심 외교 전쟁터였다”며 “최근 몇년간 중국이 이들 지역에서 외교적 관계를 넓혀가며 대만과 단교 추세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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