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화재 보상책 ‘감감’…속 타는 주민들 불만 ‘활활’

강정의 기자 2023. 3. 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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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공장 인근 아파트, 건강 이상 등 자체 피해 접수 800여건
한국타이어 “원인 규명 먼저” 되풀이…2주 넘게 설명회 없어
분노의 현수막들 한국타이어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지난 24일 대전 금강엑슬루타워 단지 내에 걸려 있다.

대전 금강엑슬루타워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최근 살벌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 ‘당장 떠나라’ ‘화마에, 악취에 더 이상은 못 살겠다’ 등의 격앙된 내용으로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어둔 것이다.

이곳은 지난 12일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있는 아파트로, 입주민들은 화재 이후 한국타이어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공장 이전까지 촉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피해 보상 민원이 500여건에 달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공식 피해 보상 민원은 유선으로만 연락할 수 있는 ‘긴급 헬프데스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측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자체적으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민원은 800여건에 이른다. 분진으로 인한 기관지 이상과 같은 건강상 피해를 비롯해 건물 외벽 및 집 안 내부 그을음, 농작물 피해 등이다. 이 아파트는 2312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지로, 이번 화재로 발생한 피해가 워낙 광범위해 아파트 차원에서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리사무소는 당초 이날까지 화재 피해를 접수받으려고 했지만 피해 민원이 잇따라 접수 기간을 이달 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화재로 그을린 건물 외벽 청소 등은 아파트 자체 보험을 통해 우선 해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이 아파트 간 거리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금강엑슬루타워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많게는 100여명이 사무소를 찾아오지만 우리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측에 단지에 상주할 수 있는 대응인력을 요청했지만 ‘지원할 인력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사고는 자기들이 내놓고 책임은 사무소 측에 전가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2주가 넘었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아직 피해 보상과 관련한 주민설명회 등을 열지 않았다.

지난 22일 공청회가 열렸으나 장소 섭외와 비용 등을 모두 아파트 주민들이 책임졌다. 당시 최충규 대덕구청장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도 주민들이 나서 연락을 취해 이뤄질 수 있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2014년에도 큰불이 난 적 있지만, 당시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일부 농가에 대한 보상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일단 피해를 접수했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라며 “한국타이어 측에 관련 문의를 했지만 원인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보험사를 통해 해결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화재 피해 민원을 접수받고 있으며 주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지난 12일 오후 10시9분쯤 발생해 58시간 만인 14일 오전 8시쯤 완전 진화됐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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