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식?…이재용 회장 ‘조용한 중국행’

이종섭 기자 2023. 3. 26. 21: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24일 중국 톈진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에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전포럼 참석 목적
3년 만의 방중 ‘잠행하듯’
미·중 반도체 갈등에 정중동
최태원 SK 회장 27일 출국
중국 새 지도부 면담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약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참석차 곧 중국을 찾는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는 국내 양대 기업 총수들의 잇단 중국 방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5∼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리는 ‘2023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중국발전포럼)’ 참석 차 중국을 찾았다. 중국발전포럼은 국무원이 대외 경제교류 등을 위해 2000년부터 개최한 연례행사로,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 대기업 총수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도 중국발전포럼 참석은 올해가 처음이며, 중국 방문도 2020년 5월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 회장은 3년 만의 방문임에도 지난 23일 베이징 도착 이후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언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도착 다음날인 24일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톈진시를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공산당 시위원회 서기와 면담했지만, 삼성 측은 이 같은 사실도 25일 이 회장의 중국발전포럼 참석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이후에야 공개했다.

이 회장은 중국발전포럼의 모든 행사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전체회의 등 주요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가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과 다국적 기업의 기회’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행사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이 행사 참석 이유 등을 묻자 “북경(베이징)이 날씨가 너무 좋죠?”라고 말한 뒤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행사 후에도 취재진을 피해 정해진 출입구가 아닌 곳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 회장이 모처럼의 중국 방문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데는 미·중 사이에 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서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반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SK그룹 최 회장은 28일부터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SK가 후원하는 보아오포럼에 거의 매년 참석해왔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게 된다.

국내 재벌 총수들의 잇단 중국 방문을 중국의 새 내각 구성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27일 중국발전포럼 폐막식을 전후해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가 주재하는 기업인 면담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도 보아오포럼에서 리창 총리와 대면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이번 방중은 중국 새 지도부에 ‘눈 도장’을 찍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힌편 이 회장은 지난 24일 톈진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등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고 26일 삼성이 밝혔다. 톈진 공장은 삼성전기 부산 공장과 함께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MLCC의 글로벌 생산 거점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 공장 방문에 앞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소속 톈진 지역 주재원과 법인장들을 만나 근무 애로 사항을 듣고 격려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