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상호작용 하루 1.3시간…“돌봄 정책, 권리 보장으로 접근을”[시간 빈곤]

김향미 기자 2023. 3. 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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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육아휴직 용어 ‘부모시간’으로 바꾸고 노동 가치 인정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의 하루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4.2시간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상호작용이 이뤄진 돌봄 시간은 1.3시간에 불과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 정책 개선방안 연구’(1차) 보고서에는 지난해 8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취업자 부모 1637명(남성 837명,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전체 응답자의 1주일간 평균 노동일수(근로일)는 4.7일, 노동시간은 38.3시간이었다. 지난 한 달간 저녁 및 야간 근무 여부를 살펴본 결과 절반가량(49.1%)이 ‘있다’고 답했다. 자녀 돌봄 시간은 근무일(4.2시간)보다 비근무일(9.9시간)에 2배 이상 많았다. 남성은 근무일에 평균 2.8시간, 여성은 평균 5.6시간으로 성별 격차가 컸다. 돌봄 시간 질을 따져보니, 근무일 기준 신체적·일상적 돌봄이 1.4시간으로 길었고 상호작용 돌봄은 1.3시간, 다른 일 하면서 함께하기가 1.2시간이었다.

학기 중 주중에 자녀 돌봄 공백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32명(63%)이고, 학기 중 주말 736명(45%), 방학 중(휴원 중) 921명(56%)이었다. 가장 많은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모든 시기에 공통으로 오후 4~6시였다.

자녀 돌봄과 일 사이에서 시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자녀 돌봄’(1점에 가까움)과 ‘일자리·근로시간’(10점에 가까움) 중 어느 쪽을 조정(변경)했는지 묻는 문항에서 전체적(5.6점)으로는 일에 자녀 돌봄을 맞춘 정도가 더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는 자녀 돌봄 정책의 지원 유형인 현금(부모급여·아동수당 등), 보육 서비스(무상보육), 시간 등 3가지 중에서 ‘시간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국내외 제도 분석, 고용 형태별 제도 이용 현황과 욕구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다뤘다. 연구진은 “부모와 아동에게 돌봄 시간 정책은 혜택이 아니라 권리 보장의 관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적 권리 보장 성격이 가장 약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독일은 2001년 육아휴직제도의 명칭을 ‘부모시간’(Elternzeit)으로 바꾸고 명시적인 시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육아를 위한 휴가·휴직을 경제활동의 중단이 아니라, 자녀 돌봄이라는 노동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시간 정책’이란 표현을 주로 쓰진 않지만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가·휴직제도(육아휴직제도 등)와 유연근로제(근로시간 단축제)가 있다.

이런 제도들은 가족정책이면서 고용정책이라서 사업장의 제도 수용률,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고용 형태별로 이용률 차이가 커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 위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 경험은 26.6%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경험자는 14.7%였다.

연구진은 제도 개선과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적인 노동시간이 돌봄에 적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간 구조를 재편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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