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들 주거환경 열악… 사회적지원 절실” [차 한잔 나누며]

이강진 2023. 3. 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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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 보금자리 사업’ KB은행 이민 차장
후손 노후주택 개선 프로젝트 진행
“난방도 안되는 곳서 생활 안타까워
리모델링 일체·임시거처 등 지원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같다’ 좋아해
나라 위해 목숨 바쳐… 잊지 말아야”

“장학금·의료비 지원 사업을 하다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아예 집을 보수해드리게 됐습니다.”

‘대한의 보금자리’ 사업을 맡은 이민 KB국민은행 ESG기획부 차장은 “(독립유공자 관련) 캠페인이나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후손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의 보금자리는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국민은행이 흥사단과 손잡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이민 KB국민은행 ESG기획부 차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 개선 사업 ‘대한의 보금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해 8월 고 탁영의 애국지사 며느리 및 손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리모델링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고 이정오 애국지사의 외손녀 자택을 보수해 헌정했다. 현재는 3호 주택 대상자를 찾는 중이다. 이 차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선 주거를 지원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을 리모델링해 드리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차장도 다른 은행원과 마찬가지로 지점 근무를 하다 2020년 본점 ESG기획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회공헌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은행의 기부금으로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대한의 보금자리 사업은 단발성이 아닌 실질적 지원을 고민하던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차장은 “(독립유공자 후손들로부터) 장학금 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해보니 사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매우 많았다”며 “그래서 이 사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호 주택의 경우 (리모델링 전에는) 겨울에 난방이 되질 않고,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딱 보자마자 ‘이 집은 지원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상자로 선정된 후손들에게는 리모델링 설계·공사 비용은 물론, 공사 기간 임시 거처 및 기본적인 가구 세팅 등도 함께 지원된다. 이 차장은 “집의 뼈대만 남기고 다 철거한 뒤 (공사를) 하는데, 후손분들의 집 규모가 큰 편은 아니어서 두 달 정도 소요된다”며 “인테리어에서는 단열·난방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 차장은 “후손분들이 리모델링 끝난 집에 가시면 정말 좋아하신다”면서 “‘할아버지께서 주신 선물 같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열악한 거주환경과 그 배경을 마주해온 이 차장의 소회는 남다르다. 이 차장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사례가 계속 남으면 안 될 텐데 아직도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사회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난 후손 중에선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대와 같이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차장은 “이정오 애국지사 외손녀는 본인의 상황도 어려운데 사회복지 쪽으로 일할 생각을 갖고 계셨다”면서 “‘유전자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과 흥사단은 4호 주택 사업비까지 마련해놓고 3·4호 대상자를 찾고 있지만, 발굴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이 차장은 “이미 잘 알려진 분들의 후손이 아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면서, 전·월세가 아닌 자가를 소유한 분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면서 “전·월세 세입자분들의 거주환경이 더 취약하지만, 저희가 리모델링을 예쁘게 해드리고 나면 쫓겨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지원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정 소득 기준을 넘거나 다른 단체에서 유사 지원을 받은 경우도 제외되는 만큼, 국가보훈처에서 신규 지정한 독립유공자의 후손 중 지방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을 우선 찾고 있다.

이 차장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독립유공자들을 끝까지 잊지 않고, 그들의 후손이 정당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생활 형편까지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으로 인해 후손들까지 어렵게 산다면, 나중에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돌아왔을 때 다들 피하거나 나서지 않으려 할 겁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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