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일하면 주 4.5시간 ‘적자’[시간 빈곤]
저출생 더 부추기며 악순환
일주일은 168시간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한 주 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면 99시간이 남는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취업자의 주당 평균 ‘필수·의무시간’은 103.5시간이다. 노동시간을 제외하고 수면과 식사, 출퇴근, 가사노동 등 개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이만큼이다. 여기에 여가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주 69시간을 일하면 4.5시간 ‘적자’가 발생한다.
‘시간 빈곤’은 소득 빈곤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특히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노인·장애인·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구성원이 있는 가구는 수시로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
연구자들은 통상 여가(자유시간)가 그 나라 중위값의 60% 이하이면 시간 빈곤으로 여긴다. 국내 연구에서는 한국의 시간 빈곤율이 19.9%(신영민, ‘시간빈곤인의 노동시간 특성에 관한 연구’, 2021)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모자란 가구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려 시간 빈곤에 빠진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가족 돌봄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족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가족을 대신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그만큼 지출이 늘어나 경제적 어려움이 반복된다.
이런 만성적인 시간 빈곤은 저출생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양육비나 보육서비스 지원 등의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결국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자녀를 비롯해 늙거나 병들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 시간 빈곤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까지 쪼개 최소한의 돌봄 시간을 확보하려는 이들은 ‘시간 복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부족한 돌봄 가구와 이들의 시간 빈곤 문제를 연구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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