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내시경…‘물리검층’을 아시나요?[지구 미래 찾는 기술의 여정]
필자는 매년 건강검진 때마다 받는 위장 내시경 검사를 ‘비수면’ 상태로 한다. 그러다보니 검진 전에는 긴장하게 된다.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최신의 비파괴 기술도 있는데, 꼭 식도를 통해 위 내부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의학에서 사용되는 비파괴 진단법은 정밀한 3차원 영상을 만들어 환자 진단에 활용한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땅속의 상태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물리탐사’라고 한다. 비파괴 조사방법인 물리탐사는 석유가스와 지하수 탐사, 단층·환경오염·폐기물 처분장 부지·지반·유물 조사 등에 쓰인다. 특히 최근에는 핵심광물 조사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중력, 자력, 속도, 전기 물성 등을 이용해 지하세계를 3차원 영상으로 그려낸다.
물리탐사 기술로 지하 상태를 3차원으로 파악한다면 땅속에 있는 금, 리튬과 같은 경제성 높은 광물이나 땅굴, 싱크홀 같은 잠재적인 위험도 다 찾는 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의학 진단 기술만으로 몸속의 질병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병원에선 몸 안에 문제가 발견되면 정확한 병명 확인을 위해 몸의 해당 부분을 직접 살펴보고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어 정밀검사를 한다. 그렇다면 지질학 분야에서도 물리탐사 기술을 통해 땅속의 3차원 영상에서 발견한 특이한 부분을 직접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2003년 개봉한 해외 영화 <코어>와 같이 땅속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가장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재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물리탐사 기술을 보완하고 정확한 조사와 확인을 위해 ‘시추’라는 방법을 이용한다. 약 3인치에서 크게는 10인치 이상의 지름으로 땅속을 파 내려가는데, 깊게는 수㎞까지도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시추 기술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3년 칠레 광산에서 지하 688m에 매몰된 광부 33명을 구조하는 데 이용되면서다. 시추로 만들어진 깊은 구멍은 ‘시추공’이라 하는데 위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식도를 생각하면 된다.
위 내시경에서 특이한 것이 발견되면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내시경 끝 부분에 다양한 센서를 달아서 필요한 진단이나 처치를 한다. 시추공 내부로도 다양한 센서를 넣어 땅속을 진단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땅속 온도다. 우리는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배웠는데, 실제 시추 센서에 온도기를 달아 측정하면 깊게 들어갈수록 온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성능 카메라 센서를 부착하면 땅속 상태를 3차원으로 더욱 정밀하게 알 수 있다. 단층의 크기나 특성도 확인할 수 있고,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지하수가 이동하는 깊이나 구간이 어디인지도 알려준다. 약 10년 전에 북미를 중심으로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히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이런 땅속 내시경이다. 광물자원 탐사에 이용하는 내시경은 방사성동위원소 등을 센서에 부착해 지층을 구성하는 성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유가스나 광물자원을 확인한다.
땅속 내시경은 ‘물리검층’이라고 불리는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의 많은 기업, 대학, 연구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물리검층은 비파괴 진단 기술인 물리탐사 후에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핵심 자료를 제공하는 기술이지만, 아쉽게도 최근에는 전공자가 많지 않다. 자원탐사나 폐기물 처분장 부지특성 평가 등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물리검층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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