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 출신 집권당 대표가 헌법재판관을 모독·겁박하다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 ‘민·우·국(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의 반(反)헌법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법재판관들을 “양심을 내팽개친 정당 하수인”으로 공격하며 “역사는 곡학아세한 당신들을 몰염치 혐의로 징벌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헌재는 개정법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침해확인·무효확인 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분쟁에 관한 최종적 심판기관이다.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 등에서 내린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에 기속력을 갖는다. 판사 출신인 김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물론 헌재가 개정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음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헌재가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 국민의힘 측이 법리적으로 지적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수준을 넘어, 집권여당 대표가 헌재를 모독하고 헌법재판관들을 겁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대법원 권한을 축소하고 집권당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법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다. 네타냐후 연정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이들(법관)이 행사해온 권력을, 선거로 뽑힌 공직자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를 극우진영이 사법부를 무력화해 영구집권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대규모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권력분립을 토대로 하는 근대 민주공화국은 입법·행정·사법부가 각자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함을 전제로 성립한다. 특히 입법·행정부가 최종 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권능을 훼손하려 할 경우 공동체는 균열과 혼란을 겪게 된다. 이스라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정부와 여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관들에게 과거의 연구회·단체 경력 등을 근거로 ‘색깔 공세’를 가하는 ‘반(反)헌법’적 행태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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